[기자의눈]박윤철/안되면 언론 탓?

  • 입력 2001년 4월 17일 18시 42분


"언론이 앞장서서 님비현상을 부추기면 어떡합니까? "

서울시의 쓰레기소각장 광역화 방침에 지역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기사(16일자 A31면)가 보도되자 서울시의 고위 관계자가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면서도 대안도 없이 서울시민의 1%도 안되는 주민들의 '님비(Not in my backyard) '를 부추겨 일을 어렵게 하고 있다" 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의 말대로 서울시 쓰레기 소각장들은 처음부터 해당 지역 주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건설된데다 지금도 수시로 반입저지 등의 실력행사가 잇따르는 '뜨거운 감자' 다. 과연 언론이 님비현상을 일방적으로 부추기고 있는지 한번 따져보자.

주민들은 "서울시가 애초에 다른 구의 쓰레기는 절대 받지 않겠다" 는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어 버렸다 면서 이는 애초 거짓말을 했거나 자신들의 과오를 주민들에게 떠넘기려는 의도 라고 말한다.

노원구의 한 주민은 "건설 당시 서울시측은 '도봉구와 강북구에 소각장 부지를 모두 확보해 놓았으니 노원소각장에 이들 지역 쓰레기를 반입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 이라며 주민들과 협약서까지 썼다" 고 말했다.

강남소각장 근처 주민은 "서울시가 '강남구 인구가 급격히 늘어날 것에 대비해 예비소각로를 지어야 한다' 며 터무니없이 큰 소각로를 짓더니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한다 면서 믿지 못할 서울시를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 고까지 말했다.

시 당국이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과잉시설을 만든 뒤 엉뚱하게 '광역화의 당위성' 을 들고 나온다는 것이 주민들의 인식이다. 쓰레기 소각장의 광역화는 서울시의 주장대로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서울시는 쓰레기더미를 어디로 치울까에 앞서 시 행정에 쌓인 불신을 치우는 일이 급할 듯하다. 언론 때문이라고 '부추겨' 봐야 주민의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다. 주민들이 진행과정을 더 잘알고 있으므로.

박윤철<이슈부>yc9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