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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4월 12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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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22일 양해각서(MOU) 발표 이후 합병비율과 존속법인 등은 정해질 줄 모르고 표류했다.
3월28일 김병주 합추위위원장이 나섰다. “13차 회의까지는 한번도 표결을 하지 않았지만 3월말까지 합병 본계약을 하려면 오늘은 결론을 내기 위해 불가피하게 표결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 29일 오전 3시경 6명의 합추위 위원은 표결에 나섰다. 4 대 2로 합추위안이 통과됐다. 주택은행 대표들도 합의서에 서명했다. 합추위는 3월30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이를 공식발표하기로 했다.
그러나 김정태 주택은행장이 난데없이 합추위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합추위는 4월4일 저녁 합추위 사무실(여의도 대우증권 빌딩 7층)에서 주택은행이 제기한 3가지 사항을 논의했지만 결론은 ‘전과 동’. 김위원장은 이런 회의 결과를 장문의 편지로 4월6일 김상훈 국민은행장과 김정태 행장에게 보냈다. 그 편지에서는 “두 은행장에게 신임을 묻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국민은행은 7일 “합추위 결정사항을 따르겠다”고 회신했다. 반면 주택은행에선 편지에 대해선 묵묵부답인 채 두 행장이 직접 만나 담판을 지어야 한다며 ‘장외투쟁’에 나섰다. “시장사람을 너무 몰랐다”는 김위원장의 독백이 나온 것은 이즈음.
합추위의 손을 떠난 합병협상은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의 중재로 두 은행장의 담판으로 넘어갔다. 이위원장은 4월9일 밤부터 본격적으로 중재에 나섰다. 9일에는 금감위원장 집무실에서, 10일에는 라마다르네상스호텔에서 밤샘협상을 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11일 오후 5시 합추위 위원들은 홀리데이인서울에서 마지막 타결을 선언했다.
협상이 타결됐지만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멀다. 쟁점 중의 쟁점인 합병은행장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 두 은행 주변에는 벌써부터 ‘남북전쟁’이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 통합은행장 선임을 위해 김상훈 행장을 미는 전라북도와 김정태 행장을 미는 전라남도가 치열한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는 풍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주고와 광주일고가 각각 행장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는 것. 묘하게도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전주고를 나왔고 이기호 대통령 경제수석이 광주일고를 나와 이런 루머는 꼬리를 물고 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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