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전쟁의 미래

  • 입력 2001년 4월 6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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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미래 조지 프리드먼 외 지음 권재상 옮김 468쪽 1만9000원 자작1972년 9월 27일,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수세를 만회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그러나 이 날 뭔가 중요한 일이 일어났다.

열 두 대의 미군 F4전투기는 남북 베트남을 잇는 전략요충인 탕 호아 다리의 공격 명령을 받고 출격했다. 조종사는 TV화면에 나타난 표적을 보고 폭탄을 투하했다. 카메라가 부착된 폭탄은 컴퓨터의 명령에 따라 스스로 궤도를 정밀히 수정하며 떨어졌다. 굉음과 함께 다리는 흔적도 없이 부서졌다. 최초의 정밀유도폭탄이 출현한 것이다.

이 책의 원제는 ‘The future of war’. 그러나 책 내용에 따르자면 ‘미국이 수행할 전쟁의 미래’가 정확한 제목이다. 우주전쟁을 포함해 공상영화에서 낯익은 미래 전쟁의 모습도 풍성하게 소개되어 있지만, 미래 세계에서 미국의 ‘전략’을 논하는 부분과 재래 무기의 쇠퇴를 논하는 부분이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저자는 우선 미국이 수행해온 전쟁의 특성에 주목한다. 미국은 두 대양에 광대한 해안선을 갖고 있고, 대부분의 전쟁을 원거리 파병으로 수행했다. 그 주요 목적은 특정 지역의 지역패자(覇者)가 생겨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었다. 어떤 전쟁에서나 미군 병력의 희생은 상대방보다 압도적으로 적었다. 앞으로도 이런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렇다면 장래 전쟁은 핵전쟁이 될까? 저자는 그동안 ‘핵의 능력’이 과대 평가돼 왔다고 단언한다. 물리적 파괴력이 아니라 핵이 가진 전쟁 억지력과 전략적 중요성이 과장돼 왔다는 것. 그 증거로 아랍국가들이 핵을 가진 이스라엘을 주저 없이 침공했던 사실과, 남아공이 핵무기의 실익을 거두지 못한 채 자진해서 폐기했던 사례 등을 든다. 전쟁을 억제하는 것은 핵무기의 위협이 아니라 단지 ‘정치적 고려’ 뿐이라는 것.

그렇다면 미래 전쟁의 향방을 결정하는 것은? 단연 센서와 컴퓨터로 무장한 전자무기다. 자체 제어로 비행하는 유도무기는 종래의 탄도무기를 일거에 고철더미로 만들어버리고 있다. 전쟁의 공간은 어디가 될까? 언제나 미국이 우위를 점했던 바다. 그것을 대체하는 ‘제2의 바다’가 바로 우주공간이다.

기지에서 벗어나 떠있는 기간이 길고, ‘전함’의 규모가 크고 비싸며, 지형에 관계없이 움직인다는 점에서 우주는 바다와 흡사하면서도 장래 바다를 대체할 전략 전술의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저자는 예언한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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