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이창근/해고걱정 시간에 IT 배우자

  • 입력 2001년 3월 30일 18시 34분


요사이 기업현장에서는 B2B, MRO, e-marketplace 등 기업간 벽을 허물고 각자 따로따로 하던 일을 한 곳에서 공동으로 처리하려는 변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면 시중은행 전산실이 하는 일은 은행마다 다를 게 없다. 각 은행의 전산실을 합쳐서 하나로 만들면 비용절감이 상당하리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물론 현실적으로 각 은행이 사용하는 하드웨어나 시스템들이 호환되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겠지만 기술적으로 호환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도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전산실에 근무하는 많은 인원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은행 전산실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전산실을 합치는 일이 의미가 없고 할 수도 없다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더라도 머지 않은 장래에 그렇게 되리라는 사실을 이들 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다. 즉 그들은 자리가 없어질 것을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다.

푸드머스는 식자재 B2B 회사다. 단체급식회사나 점포를 여러 개 가진 식당에 식자재를 구매 대행해주는 일도 한다. 고객이 많으면 많을수록 구매량이 많아지니 구매가격이 낮아질 것이고 그 효과는 고객들 차지다. 중요한 것은 고객들이 내부에 구매조직을 둘 필요가 없고 구매를 위한 전산시설과 인력도 필요없기 때문에 비용절감도 대단하다는 사실이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스쿠퍼스에 의하면 구매를 아웃소싱할 경우 공동구매를 통한 조달비용 절감의 효과보다는 내부의 간접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산업의 재편은 각 기업이 핵심역량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부에서 조달하는 아웃소싱이다. 외부에 바로 그 기능을 핵심역량으로 하는 기업군(VAC)이 존재하고 각 기업이 이를 이용함으로써 개별기업의 경쟁력도 상승하고 사회적인 효율성도 높아진다.

그런데 문제는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들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요즘 유행인 구매분야의 아웃소싱이 이뤄지면 개별기업 구매 담당자들의 기회는 그만큼 줄고 이들이 불안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이들이 아웃소싱과 효율성 제고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그런 분들에게 한가지 조언하고자 한다. 물론 예외가 있고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대부분 기업들은 업무의 전산화가 안돼 있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각자 근무하는 회사의 업무를 전산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도록 하자. 아마 사장님들이 그 부분에는 더 걱정이 많고 그래서 하겠다고만 하면 반길 것이다.

정보통신(IT)에 관한 지식이 없다면 배워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외부에는 무수히 많은 강좌나 학원들이 있다. IT 전문가가 되라는 얘기도 아니다. 대세를 이해하는 정도만이라도 갖추면 수없이 생겨날 아웃소싱 전문회사에 일자리가 보장될 것이다. 평생직장일 필요는 없다. 평생직종이 있으면 된다.

역사상 우리나라가 세계 어느 나라에 비해 손색이 없는 분야가 생겼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가? 인터넷, 초고속 통신망의 보급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산업 재편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 남기 위한 대비를 생각해야 한다.이창근(푸드머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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