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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29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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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방법부터 제대로 익혀야▼
자녀에 대한 교육열은 세계 최고지만, 자기 교육에는 꼴찌인 국민이라는 숨은 지적에 아이들 보기가 민망하고 부끄러울 뿐이다. 승객 대부분이 눈을 감은 채 졸기 일쑤인 우리네 전철을 타보면 더욱 더 그렇다. 서구 사람들이 이런 모습을 보면 우리 국민의 야간생활에 의심을 품을 만도 하다.
물론, OECD 보고서에 너무 주눅둘 필요는 없다. OECD 보고서는 우리나 일본의 평생학습 현실을 곡해한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그 자료의 허와 실은 무엇보다도 첫째로 우리 국민의 일상적인 학습행태에 대한 오해에서 시작된다. 우리나라 성인들이 OECD가 발표한 것처럼 교육기관에서 성인교육을 받는 비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성인을 향한 대학문호의 폐쇄성 때문에 생긴 것이다. 대학은 일반 학생을 위한 교육기관이라는 편협한 교육정책이나 국민의 인식 때문에 성인들의 대학 접근이 봉쇄된 결과도 중요한 원인이다. 성인들이 대학교육에 참여하는 비율은 낮지만 일상적이고도 실제적인 평생학습 활동은 오히려 활발하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문화회관이나 지역사회문화센터, 학원, 각종 동호회 등에서 공부하는 성인들의 학습 참가율은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국민의 학습관행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자기가 주도하는 학습방법을 제대로 익히고 있지 못한 형편이다. 어려서부터 학교가 국민에게 공부하는 방법보다는 자질구레한 지식 암기교육이나 시킨 탓도 있다. 그래서 졸업 후에도 책 한 권을 제대로 읽어 내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국가경쟁력도 국민의 학습력으로부터 길러지는 것인데, 우리에겐 이것이 부족하다. 서구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한달 평균 1000여쪽의 글을 읽는데 우리의 경영자들은 그 절반 정도의 독서력을 지니고 있을 뿐이라는 통계도 있다. 물론 공부에도 방법이 있어서, 책을 읽을 때는 처음부터 허겁지겁 읽지 말고 먼저 그 책이 무엇을 말하는지 요점부터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결론을 훑어본 뒤 서론을 읽고, 다시 결론에 들어가 관심끄는 부분을 읽어야 하는데, 우리를 길들여온 독서습관은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볼 일이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어쨋거나 공부는 아무나 하는 것이며, 이런 국민의 학습행태가 평생학습 실현의 근간이 된다. 그러려면 정부가 마치 스웨덴 정부가 취하고 있는 것처럼 자신감을 갖고 국민에게 학습하도록 길을 제대로 터놓아야 한다. 국민의 평생학습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정하는 스웨덴은 정부 스스로 지역사회의 학습독회를 활성화하는데 가장 앞선 나라 가운데 하나다. 이들 국가는 국민이 원하면, 심지어 국가를 성공적으로 전복하는 방법을 연구하겠다는 학습모임에까지 재정 지원을 할 정도다.
▼대학문 성인에게도 개방을▼
우리가 그렇게까지 국민의 평생학습 활동을 허용하기는 어렵다고 해도 성인들에게 평생학습을 위한 대학의 문호는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 학습 욕구가 강해지는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서라도 대학 개방은 필수적이다. 교육대학원 같은 특수대학원들조차도 성인들의 직능개발을 위한 평생학습기관으로 개방해야 한다. 평생학습 인구가 100만명 확대되면 국가의 국민총생산(GNP)이 1% 증가한다는 것을 본다면, 국민의 평생학습 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렇게 하려면, 모든 사람을 위한 평생학습의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 필요한 데 이를 위해 서구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하루 30분 학습하기 범국민 학습운동 같은 것을 전개해 볼만하다. 이런 일은 국민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이기도 하기에, 언론사나 문화관련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볼 필요가 있다.
한준상(연세대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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