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되살리기 싫은 기억 의도적으로 잊을 수 있어"

  • 입력 2001년 3월 28일 18시 56분


인간이 의도적으로 특정 기억을 망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결과가 나와 흥미를 끌고 있다.

미국 오리건주립대학 마이클 앤더슨, 콜린 그린 교수 연구팀은 어린 시절 아는 사람에게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한 경험은 모르는 사람에게 당한 기억보다 더 쉽게 잊혀진다는 데 주목을 하고 이를 입증하기 위한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14일자 과학잡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어린이들이 끔찍한 기억들을 의도적으로 잊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연구팀은 간단한 실험을 통해 이 사실을 증명했다. 우선 112명의 대학생들에게 아무런 연관이 없는 40쌍의 단어를 외우게 했다. 얼마 후 이 중 ‘생각해야 할’ 단어는 기억하되 ‘생각하지 말아야 할’ 단어들은 의도적으로 망각하도록 지시했다.

그 다음 컴퓨터 모니터 상에 단어쌍 중 하나를 보여주면서 나머지 단어를 생각나는 대로 자유롭게 말하도록 했다. 그 결과 기억하도록 한 단어쌍에 비해 의도적으로 망각하도록 지시한 단어쌍을 맞추지 못하는 비율이 12%나 높았다. 답을 말하지 못하는 경우 첫 글자를 말해주거나 심지어 맞추면 상금을 준다고 했지만 이 비율은 변하지 않았다.

이번 실험결과는 프로이드의 주장을 일부 뒷받침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프로이드는 성욕이나 학대의 경험과 같은 기억은 의도적으로 망각돼 무의식의 세계에 자리잡는다고 설명했다. 또 무의식은 이후의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꿈이나 최면으로 이 기억들을 되살려 인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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