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덤 6집반이라도 흑이 유리할까?

  • 입력 2001년 3월 28일 18시 39분


◇작년 6집반 기전중 백 승리 48.9%◇

■5집반일때보다 2.3% 가량 높아져, 기사들 작전 주도권 가능해 그래도 흑 선호

프로기사들이 6집반의 덤에도 불구하고 흑을 잡고 싶어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덤이란 선수로 두는 흑의 유리함을 상쇄하기 위해 계가할 때 백에게 더 주는 집.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주최한 대부분의 기전은 왕위전을 제외하고 모두 덤을 5집반에서 6집반으로 조정했다. 덤 5집반이면 체감적으로 흑에게 유리하다고 느끼던 프로기사들이 원한 것이었다. 일본 중국은 아직 5집반을 고수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덤이 6집반으로 변한 이후 과연 흑백간의 승률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지난해 덤 6집반으로 치러진 국내외 기전 본선 이상의 공식 대국은 모두 339판. 이 중 백의 승리는 166건으로 승률이 48.9%에 이르렀다. 흑의 승률이 약간 좋긴 하지만 미세한 차이여서 거의 반반 승부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덤을 5집반으로 가정했을 때 백의 승률은 46.6%으로 뚝 떨어진다. 즉 덤 5집반일 때 흑백간의 승률이 7∼8%까지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한국기원 월간 바둑이 과거 덤이 5집반이던 84년부터 91년까지의 본선대국 3367국을 조사한 결과도 흑의 승률이 54. 57%로 월등히 유리했다. 이를 덤 6집반으로 환산하면 50. 74%로 거의 비슷한 승률을 보인다.

도전기의 경우는 어떨까. 지난해 덤 6집반으로 치러진 도전기는 모두 57판. 이 중 백은 26승을 거둬 승률은 45.6%였다. 흑을 잡았을 때의 승률이 10% 가까이 앞선다.

근대 이전엔 덤이 없었고, 현대 바둑에 들어오면서 먼저 두는 흑이 유리하다는 것이 통설로 인정되면서 덤은 4집반 5집반으로 계속 늘어왔다.

특히 최근 포석 이론의 발달로 먼저 두는 흑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작전을 구사할 수 있게 되면서 흑이 더 유리한 포석을 계속 찾아내고 있는 것.

최규병 9단은 “정확하게 얼마나 유리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흑을 들면 작전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어 덤 6집반이라도 편한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한 프로기사는 “특히 오래 생각할 시간이 없는 속기 대국의 경우 흑이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덤 7집반이라도 흑이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중국기원도 지난해 덤을 7집반으로 개정하는 것을 고려했다가 정확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연기한 바 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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