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형근의음악뒤집기]펑크 전도사,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

  • 입력 2001년 3월 28일 11시 18분


유구한 대중음악 역사 속에서 '펑크' 음악은 가장 반항적인 음악 장르로 평가받는다. 특히 팝 음악의 본고장 영국의 70년은 펑크 음악의 발생과 전성기를 함께했다.

'섹스 피스톨스'가 당시 보수적인 영국 사회에서 무정부주의와 허무주의적인 메시지로 펑크 음악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면 '크래쉬'는 혁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좌파 성향으로 펑크 음악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런 영국 음악의 반항적인 이미지는 90년 '매닉 스트리트 프리쳐스'를 통해 재현되었다. ‘미친 거리의 전도사들’이라는 밴드명이 이들의 음악에 대한 일단의 실마리를 제공하듯 매닉 스트리트 프리쳐스는 데뷔 초부터 좌파, 반정부, 분노, 열정 등에 관한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음악으로 쏟아냈다.

1992년 ‘Generation Terrorists’ 앨범으로 출사표를 던진 매닉 스트리트 프리쳐스는 영국 펑크 음악의 전통인 '크래쉬'와 '섹스 피스톨스'의 강령을 계승하고, 글램 록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듯 진한 메이크업, 메탈의 사운드로 무장했다.

당시 영국 록 음악의 주류를 이루었던 소극적이고 힘없는 사운드의 ‘슈게이징’ 음악 스타일과 거리를 두었던 매닉 스트리트 프리쳐스의 음악은 위험하지만 진지한 사운드로 영국 음악계에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1993년 두 번째 앨범 ‘Gold Against The Soul’는 건즈 앤 로지스의 영향을 받은 사운드와 데뷔 앨범보다 견고한 곡 구성으로 주목받았고, 연이어 발표한 94년 작 ‘The Holy Bible’은 90년 영국의 좌파의식 정점에 오른 음반으로 평가받았다.

이런 음악적인 강경함과 함께 매닉 스트리트 프리쳐스를 더욱 유명하게 한 것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멤버들의 과격한 행동이다. 기타리스트 리치 제임스는 영국 음악 전문지 NME (New Music Express)와의 인터뷰 중 이들의 정치적인 노선에 냉소적인 질문을 던지는 기자를 향해 자신의 팔뚝에 그들의 정치적인 신념을 입증하듯 ‘4 Real'이란 선명한 칼자국을 남겼는가 하면 계속된 약물 중독과 우울증으로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리치의 죽음 이후 매닉 스트리트 프리쳐스는 진한 메이크업을 걷어내고 한층 성숙하고 진지한 사운드의 앨범 'Everything Must Go'를 발매해 다시 한번 영국 록 음악을 대표하는 밴드로 자리 잡게 된다. 영국 차트 2위까지 올랐던 'A Design For Life'는 과장된 태도가 사라진 감동적이고 드라마틱한 발라드로 현재까지 매닉 스트리트 프리쳐스를 지배하는 중요한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의 최신작 ‘Know Your enemy'는 저돌적인 에너지의 록 사운드로 채워졌던 매닉 스트리트 프리쳐스 초기 모습과는 분명 멀어져 있다. 하지만 ‘Everything Must Go' 이후 보여준 이들의 노선 변화는 이제 정제된 팝 사운드와 거친 하드록 사운드의 만남으로 한층 성숙해지고 있다.

비록 초기의 그들이 존중했던 섹스 피스톨스와 크래쉬의 반항적인 이미지가 사라졌다 해도 디스코, 메탈, 팝 사운드를 아우르는 다양함 속에 표현되는 매닉 스트리트 프리쳐스의 사회와 삶에 대한 진지한 문제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앞으로도 음악을 향한 변화를 시도할 매닉 스트리트 프리쳐스의 광적인 음악 열정을 이번 앨범 ‘Know Your Enemy'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류형근 <동아닷컴 객원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