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커서핑]축구, 거꾸로 보기

  • 입력 2001년 3월 26일 10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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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보는 축구, 맨날 보는 기사… 그리고 맨날 열리는 우리의 뚜껑! 모두가 똑같다. 같이 즐겁고 같이 슬프고… 또 같이 욕하고, 같은 것을 좋아하고, 함께 유행을 따라간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수만 명이 같은 경기를 보고도 같은 선수를 욕하고 같은 관전평을 쏟아 낼 때가 많다.

특히, TV와 신문의 힘은 우리를 멍청하게 만들 때가 많다. 경기 내용을 그대로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 해설과 평가가 붙어 나오기 때문이며, 더 큰 문제는 그러한 해설과 평가가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인 것들로 구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누구나 납득할 수 있어야 하며 최대한 시청자와 독자의 생각에 부합해야 한다.

이제는 그렇게 남이 전해주는 대로, 남과 똑같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를 강요하는 것들을 가지고 내 것을 만들지 말자. 직접 경기장에 가서 내 눈으로 보고 평가하자. 하다못해 그 때려 죽일 놈이 어떤 짓거리를 하는지 한 번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하자. 약간은 삐딱한 눈으로, 약간은 거꾸로 뒤집어진 눈으로 보자. 그러면, 실제 경기장에서 보는 재미의 대부분은 TV나 신문으로 느끼는 것과 반대일 때가 많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공의 반대편에서 일이 벌어진다

우리는 항상 공의 지배를 받는다. TV 화면도 공 주변만 보여주고 아나운서와 해설자도 공 잡은 선수 이야기만 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부분은 공의 반대편이다. 측면 돌파가 이루어질 때는 중앙에서 득점 위치를 찾아 움직이는 선수, 공과 떨어진 곳에서 공간을 만들어 주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일대일 돌파에 강한 공격수라도 상대 수비를 분산시켜 줄 동료 공격수가 없다면 이중 삼중의 방어벽 앞에 무기력하게 무너질 것이다. 또한 기껏 돌파해 봐야 득점 위치를 확보한 동료 선수가 없으면 말짱 황이다. 멋지게 측면을 돌파하고 나서도 머뭇머뭇 거리면서 한 번 접고, 두 번 접고, 세 번 접고… 개다리 춤 추듯이 다리를 휘젓기만 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공의 반대편에서 제대로 움직여 주지 못하면 상대편 수비가 자리를 다 잡은 후에 무리한 센터링을 올리거나 상대 수비수와 맞짱 뜨기, 내지는 무리한 거리와 각도에서 슈팅을 날리게 되는 것이다.

중앙에서 멋진 개인기로 중앙 돌파를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적절하게 측면에서 대쉬를 하면서 상대 수비를 분산시켜 줘야 하며, 포워드는 다른 선수들의 공간을 만들어 줄 것인지, 아니면 득점 위치를 확보할 것인지를 순간적으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 특히 중앙에서 돌파가 이루어질 때 포워드의 움직임은 결정적이다. 소위 '공격을 리드' 한다거나 '움직임이 크다, 활발하다, 넓다' 라고 표현하는 포워드의 역량이란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부분은 TV에서 좀처럼 볼 수가 없다. TV 카메라는 철저하게 공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물론 쓸데 없이 관중석의 귀빈을 시도 때도 없이 보여준다거나 골 세러모니 하는 선수 대신 감독을 잡을 때도 있지만…

▽수비가 뚫리면 공격수 책임이다

현대 축구가 어디 공격 따로 수비 따로 놀던가? 1차적인 수비 책임은 항상 공격수에게 있다. 지금의 우리 대표팀을 보자. 예를 들어 왼쪽 라인에서 상대방의 침투와 돌파를 자주 허용한다고 할 때, 왼쪽 윙백(김태영)의 수비 능력을 이야기 하기 전에 공격형 미드필더(고종수)가 상대 윙백의 침투를 1차적으로 저지 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번 경기가 끝난 후에는 뚫린 김태영 보다도 고종수에게 수비 가담 요구를 하는 것이다.

이번엔 오른쪽과 비교해 보자. 오른쪽 윙백은 심재원이 맡아 보는데, 이 친구는 어설퍼 보이기는 해도 이따금씩 공격 1선까지 오버래핑을 하기도 한다. 물론 그 다음에 어이 없는 낭패를 보기도 하지만, 이 때에도 역시 공격수의 수비 문제가 나타난다. 윙백이 깊숙하게 침투를 했을 때 생기는 수비 빈자리를 누군가가 메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든지, 공격형 미드필더든지, 아니면 중앙 수비수든지… 뭐, 정 안되면 김병지 같은 골 때리는 제3의 수비수가 막던지… 만약 이렇게 서로 메워주지 못한다면 윙백의 공격 가담은 위험천만한 짓거리가 분명하다.

오버래핑과 공격 지원에 능하지 못한 윙백을 탓하기 전에, 그쪽 라인 공격수의 수비 능력을 보자. 반대로 오버래핑 잘 하는 윙백에게 현혹되기에 앞서서 그의 나머지 빈 곳을 메우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다른 선수들을 보자. 윙백이 튀어나간 자리를 메우기 위해 상대편 윙백을 따라 수비진영까지 따라 내려오는 날개에게 박수를 쳐주자. 짝짝짝…

▽패스미스 하는 놈이 공 찰 줄 안다

축구는 매우 부정확한 운동이다. 데이터와 통계로 설명하기도 벅차며 ‘공은 둥글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예상 밖의 일도 자주 벌어진다. 손이 아닌 발을 써서 둥근 공을 콘트롤 한다. 그것도 움직이는 상황에서 (선수가 움직이든 공이 움직이든 간에) 공을 다루어야 한다. 그렇다고 바닥이 당구대처럼 반들반들 거리지도 않다. 더구나 상대편 선수들이 필사적으로 방해까지 한다. 골프처럼 한숨 돌려 가면서 할 수도 없다.

결국, 축구 경기의 속성상 패스미스는 원래 심심찮게 생길 수 밖에 없다. 물론 바로 옆에 있는 놈에게 상대 수비의 방해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정지된 공을 제대로 주지 못한다면 문제가 좀 있는 선수겠지만, 우리가 소위 패스미스라고 말하는 것은 이것 보다는 훨씬 어렵고 복잡한 상황이다. 패스 성공률이 높은 선수가 좋은 선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토록 좋은 선수도 패스미스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렇다면, 왜 패스미스가 생기는가? 대개는 자신에게 오는 공을 그대로 살리면서 동료 선수들에게 연결하는 과정에서 생기거나, 거리가 멀 때, 또는 자세가 불안정할 때 생긴다. 결국, 패스미스가 생기지 않으려면 공을 온전하게 자기 것으로 간수를 한 후 전후좌우를 한 번 훑어 보고 자신에게서 가장 가까운 동료에게 밀어주면 된다.

하지만, 그러면 뭐가 되는가? 상대의 허를 찌른다거나 공격의 스피드를 순간적으로 향상 키는 일은 아예 물 건너 가버리는 것이다. 2대1 논스톱 패스를 주고 받으며 수비를 뚫고 들어가는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안전한 패스란 것이 대개는 백패스와 횡패스이다. 소위 우리가 홀딱 반해버리는 스루패스라든가 후방에서 한 방에 득점 찬스로 이어지는 장거리 패스는 그만큼의 부정확함을 가지는 것인데…

문제는 타이밍이다. 실수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되, 단지 어느 정도 근접하게 할 수 있는가가 문제일 뿐, 정작 중요한 것은 동료 선수들의 움직임이나 팀의 페이스와 딱 맞아 떨어지는 타이밍을 가지고 패스를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흔히, 최전방 공격수들은 패스가 (상대 수비에) 걸리고 안 걸리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이 움직였을 때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쪽으로 공이 날아오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한다. 차라리 득점위치 잡고 대쉬하는 순간에 공 접으면서 뒤나 옆으로 도는 것보다 제대로 된 타이밍에 패스미스가 생기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안전빵으로 욕 덜먹는 선수 보다는 욕 먹더라도 할 것은 하는 선수가 공 찰 줄 아는 선수다. 경기를 잘 지켜보기 바란다. 의외로 공 찰 줄 안다는 선수들의 패스미스가 높다. 특히 테크니션에 속하는 최문식, 윤정환, 고종수 같은 스타일의 선수들을 유심히 보기 바란다. 그리고, 그들은 비록 패스미스를 만들어 낼 지는 몰라도 득점과 바로 연결되는 기가 막힌 패스도 한 경기에서 1-2개씩 만들어 낸다는 것에 주목하자.

▽골 못 넣는 스트라이커가 보배다

당근 스트라이커라면 골을 제대로 뽑아야 하겠지만, 골을 넣지 못하는 스트라이커의 존재가 너무도 크다. 때로는 그가 골을 넣지 않기 때문에 동료 선수들이 득점을 하기도 하며, 때로는 그가 골을 넣기 때문에 팀 공격의 틀이 무너지기도 한다. 또한 그가 득점에만 치중하지 않기 때문에 팀의 수비까지 탄탄해지기도 한다. 비록 그는 득점을 하지 않지만, 그로 인해 팀은 승리를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매우 많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의 베르캄프를 보자. 준수한 외모 만큼이나 화려하게 골을 잡아 내는 클루이베르트에 비해 베르캄프의 득점력이 높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는 경기장에서 실로 많은 역할을 한다. 팀 공격의 리더 역할을 하면서 전후좌우로 폭 넓게 움직인다. 수비도 제법 깊숙하게 하는 편이고, 골 문에서 꽤나 넓은 지역을 넘나든다. 그의 그런 움직임과 동료를 이용하고 살려줄 줄 아는 힘 때문에 나머지 선수들에게서는 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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