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타운 '성북동 Vs 한남동'

  • 입력 2001년 3월 19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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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대표적인 '외교타운'을 꼽는다면 단연 성북동과 한남동을 들 수 있다. 외국인들에게 적합한 생활편의 시설과 쾌적한 주변환경을 갖춘 데다 서로 정보를 쉽게 주고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각국 대사관저의 절반 이상이 이 두곳에 밀집해 있다. 하지만 정작 높은 담에 둘러싸인 대사관저 안에서 벌어지는 외교관들의 생활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외교관 사회에서 국력의 크기를 드러내주는 지표 가운데 하나가 대사관저의 크기다. 》

도심에서 가까운데다 북악산을 끼고 있는 쾌적한 환경 덕분에 60년대 말부터 고급주택가가 들어선 성북동은 당시 이 같은 환경을 선호하는 유럽 국가의 대사관저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현재 22곳의 대사관저가 들어서 있다.

이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이 일본과 독일대사관저. 대지만 3000여평에 달하는 일본대사관저는 내부에 50여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대형 주차장이 갖추어져 있다. 이에 못지 않은 넓이의 대지에 지어진 독일대사관저 역시 관저 1층에 웬만한 특급호텔 못지 않은 연회장이 갖추어져 있다.

규모가 큰 대사관저는 보통 대사 가족이 거주하는 본 건물 외에도 집사와 요리사, 운전사 등 수행원이 거주하는 ‘부속건물’이 별도로 있는 것이 특징.

대사관저에서 열리는 파티는 외교가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행사다. 100명 미만의 작은 규모는 관저 소속의 가정부나 요리사가 해결하지만 1000여명 안팎의 손님이 몰려드는 성대한 국경일 파티가 열리는 날이면 특급호텔의 출장연회팀이 출동하기도 한다. 파티 당일 대사관저 일대에 한바탕 교통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외교통상부 주한공관담당관실 최연호과장은 “대사관저에서 개최되는 파티는 국력의 과시와 더불어 공적인 대화 외에도 사적인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기 때문에 또다른 외교의 장이 된다”며 “이 때문에 대사관저의 차이는 다시 외교력의 차이를 낳기도 한다”고 말했다.

스페인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멕시코 등 26개국의 대사관저가 밀집한 한남동 유엔빌리지는 50년대 말 외국인 기술자들을 위한 주거지를 만들면서 형성된 곳.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경치가 일품인데다 가옥 구조도 서구인에 맞춰 지어졌기 때문에 외교관을 비롯해 많은 외국인들이 이 곳에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이 동네에서 40여년간을 살아오며 부동산소개소를 운영하고 있는 오상갑씨(70)는 “원래 산밑이나 골짜기에 집을 짓고 사는 것이 풍습인데 당시 산꼭대기에 외국인 마을을 만든다고 해 비웃은 사람들도 많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성북동에는 주로 유럽계 대사관저가 많은 반면 한남동에는 말레이시아 인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의 대사관이 많이 몰려 있는 것도 특징. 이들 대사관들은 유지비 절약 차원에서 대사관저가 한 건물에 붙어 있는 경우도 많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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