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뜨겁다]공기업 경영진 '줄'없는 사장들만 물갈이

  • 입력 2001년 3월 16일 18시 51분


정부는 공기업 사장 등 7명을 바꾸기로 한 데 이어 7월경 상당수의 공기업 경영진을 추가로 교체키로 했다.

그러나 경영혁신 및 조직관리 미흡 등을 이유로 사장이 경질되는 공기업 중 상당수가 “정부의 선정기준을 이해할 수 없으며 다른 공기업과의 ‘형평성’도 맞지 않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경영능력 등의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는 비판을 받아온 여권(與圈)정치인 출신 공기업 경영진은 경질대상에 거의 포함돼 있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여권 인사들은 대부분 건재▼

▼관련기사▼
- 住公-수자원公-석탄公등 公기업사장 6명 전격해임

▽공기업 임원 ‘물갈이’ 공식확인〓정부 고위관계자는 16일 “이번주 중 공기업사장 등 7명의 사표를 받기로 했다”며 “이달부터 6월까지로 예정된 기획예산처의 지난해 경영평가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르면 7월초 경영이 방만하거나 전문성 및 리더십이 부족한 공기업 임원들에 대한 추가문책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경질키로 한 공기업 임원은 △오시덕(吳施德)대한주택공사사장 △ 최중근(崔中根) 한국수자원공사사장 △이병길(李丙吉)대한석탄공사사장 △방극윤(房極允)근로복지공단이사장 △김동관(金東寬)증권예탁원사장 △권영진(權寧珍)한국가스기술공업사장 △강형석(姜亨錫)담배인삼공사감사 등 7명이다.

석탄공사 수자원공사 주택공사는 사내복지제도의 지나친 운용 등이 방만경영 사례로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돼 사장경질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또 근로복지공단 가스기술공업 증권예탁원 담배인삼공사 등은 직원비리 등 조직장악력이 떨어지거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평가에 따라 문책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질자후임 또 정치권 차지 가능성▼

▽공기업 임원 ‘퇴출’결정의 의미와 문제점〓정부의 이번 결정은 ‘일정기준에 못미치는 공기업 임원은 임기와 관계없이 퇴출시킨다’는 원칙에 따른 사실상 최초의 대규모 문책인사라는 의미가 있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개혁이 가장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공공부문의 개혁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번에 대상이 된 공기업 임원 대부분이 정치적 배경이 상대적으로 약한 전문경영인 출신이다. 반면 ‘낙하산 인사’로 공기업에 간 여권(與圈)정치인출신 임원들은 경질대상에서 빠져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측도 공기업별 구체적 경질사유를 밝히지는 않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공기업 경영구조 개선실태 감사결과’에서 문제점이 지적된 공기업 중 수자원공사 등은 포함됐다. 그러나 정치인출신이 경영을 맡고 있는 한국마사회 한국감정원 한국도로공사 한국관광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제외됐다.

최중근 오시덕 사장 등은 관련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출신. 나머지 인사들도 관련분야 공직경험 등이 있으나 정치권과의 인연은 거의 없거나 엷은 편이다.

민주당 및 자민련의 전직 의원 등 여권 정치인들이 최근 공기업으로 가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앞으로 후임자 선정과정에서 정치인출신 공기업 경영진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번 경질대상자 선정은 형식은 감사원 업무를 관할하는 청와대 정책기획실에서 주도하는 형태를 취했으나 실제로는 청와대 민정분야 등 정보기관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본인들의 ‘체면’을 감안해 당초 공식발표를 하지 않고 개별통보한 뒤 자연스럽게 바꾸는 형태를 취하려 했으나 일부 공기업 명단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표를 받기로 했다.

▼"경영혁신 상까지 받았는데…"▼

▽경질대상자들의 반발〓경질결정이 내려진 공기업 사장 등은 대부분 당혹해하면서도 “아직 관계부처로부터 공식적으로 해임통보를 받은 바 없으며 이번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최중근사장은 “수자원공사사장 부임 후 공공부문 경영혁신대회 대통령상,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 2년 연속 1위, 에너지부문 산업안전경영대상 수상 등의 실적이 있고 부채비율도 대폭 낮췄으며 인력감축과 조직개편작업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반박했다.

오시덕사장도 “98, 99년의 경영실적을 토대로 경질대상자를 정했다고 하는데 나는 작년 1월에 부임했으며 부임 후 노조전임자 감축 등 감사원 지적사항도 모두 시정했다”고 말했다.

또 석탄공사 근로복지공단 등 나머지 대상 공기업도 “최소한 다른 공기업보다는 경영혁신노력이 뒤지지 않았다”며 형평성 측면에서 이번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권순활·이병기·구자룡기자>shkwon@donga.com

정부가 경질 결정을 한 7개 공기업 임원

기관명성 명직 위임 기
대한석탄공사이병길사 장98년6월-2001년5월
대한주택공사오시덕사 장2000년1월-2003년1월
수자원공사최중근사 장98년5월-2001년5월
근로복지공단방극윤이사장98년5월-2001년5월
가스기술공업권영진사 장99년7월-2002년7월
증권예탁원김동관사 장98년5월-2001년5월
담배인삼공사강형석감 사99년3월-2002년3월

여권 정치인출신 공기업 및 단체 임원(무순)

기관명성명직책주요 정치 경력
한국가스공사김명규사 장국회의원
한국석유공사나병선사 장국회의원
조폐공사유인학사 장국회의원
대한광업진흥공사박문수사 장지구당 위원장
한국원자력문화재단김장곤이사장국회의원
한국전력공사최수병사 장정당 총재 특보
보훈복지공단조만진이사장지구당 위원장
한전기공김형국사 장지구당 부위원장
농수산물 유통공사김동태사 장지구당 위원장
한국마사회윤영호회 장지구당 위원장
노량진수산시장서철용사 장국회의원 보좌관
고속철도공단채영석이사장국회의원
한국감정원이근식원 장지구당 위원장
한국토지공사김용채사 장국회의원(자민련)
한국도로공사정숭렬사 장정당 안보위원장
한국자유총연맹권정달총 재정당 상임고문
한국학술진흥재단박석무이사장국회의원
한국관광공사조홍구사 장국회의원
한국방송광고공사강동연사 장지구당 위원장
국민건강보험공단박태영이사장국회의원
한국산업인력공단최상용이사장지구당위원장(자민련)
한국자원재생공사오형근사 장정책자문위원(자민련)
사학연금관리공단고광진감 사지구당 위원장
환경관리공단김명원감 사지구당 위원장
한국공항공단신극정감 사정당연수원 부원장
한국자원재생공사오형근사 장정책자문위원(자민련)
사학연금관리공단김풍삼상 무지구당 위원장(자민련)
경북관광공사이육만감 사지구당 위원장
농림수산정보센터황장수사 장지구당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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