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승련/남 손해가 내 이익 ?

  • 입력 2001년 3월 15일 18시 36분


“김기자,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는 사이비 금융회사 11곳의 이름을 좀 알려주세요.”(독자)

“금융감독원이 이름을 공개한 곳은 기사에 나온 대로 두 곳뿐입니다. 나머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어디에 투자했는지 알려주시면 확인해 드리지요.”(기자)

“그럼 됐습니다.”

“회사이름을 알려주시면 확인해 드릴 게요.”

“내가 투자한 회사는 문제될 게 없어요. 지금까지 이자도 꼬박꼬박 받아왔는데….”

지난달 27일 사이비 금융기관 적발 기사가 보도된 뒤 전화를 걸어 온 독자들은 한결같이 “어느 회사가 걸렸느냐”를 물었다. 자신도 신문에 난 회사처럼 ‘연 180%의 이자’를 보장받았는데 단속대상이 되느냐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거래한 회사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전직 중학교 교사라는 부산의 한 독자는 ‘욕심을 부리다가 피해를 보게 된 투자자가 갖는 이기심의 밑바닥’을 숨기지 않았다.

“돈을 맡긴 회사가 설혹 사이비 회사라 해도 적발이 늦어져야 나는 손해를 덜 보지요. 추가 가입자가 있어야 먼저 가입한 사람이 당분간만이라도 높은 이자를 받게 되잖아요. 기자 양반이 내 상황에 처해 보시오. 어쩔 수 없을 테니.”

정부는 사이비 금융회사와 전쟁중이다. 신문과 방송도 연일 보도하고 있지만 금융사고는 꼬리를 물고 있다. 독자와의 대화에서 내린 결론은 ‘투자자의 끝없는 욕심이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금감원이 14일 밝힌 제보 건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모두 100건.

그러나 적발되는 사기업체마다 수천명씩 회원을 몰고 다니고 있으며, 전국에 수십개의 업체가 난립해 있다는 당국의 추산과 비교해 보면 ‘6개월간 제보 100건’은 왜소할 뿐이다.

‘먼저 가입한 투자자의 욕심’이 앞서는 한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김승련<금융부>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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