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종구/여당총무의 ‘맘대로 여론’

  • 입력 2001년 3월 13일 18시 39분


“지난주 공청회에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 관련자를 먼저 예우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져 그렇게 할 방침입니다.”

1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상수(李相洙)원내총무는 김중권(金重權)대표 등 최고위원들에게 이렇게 보고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7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유공자예우법안 공청회’에는 관계 전문가 4명이 주제발표를 했는데 이들 중 1명만이 이총무의 보고와 같은 주장을 했다. 그것도 ‘다른 민주화운동 관련자와 함께 하는 것이 좋겠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이란 단서가 붙었다.

나머지 3명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다른 민주화운동 관련자는 물론 호국보훈자 등과도 형평을 맞춰야 한다”는 쪽이 대체적인 주장이었다. 이날 공청회는 민주화 유공자들의 범위를 정하고, 그들에게 줄 혜택을 논의하는 매우 중요한 자리였다.

이총무가 공청회 결과를 사실과 다르게 보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자금세탁방지법안 공청회’(2일)에서 진술인 7명 중 5명은 규제 및 처벌대상에서 정치자금을 제외하자고 했고 2명만 포함하자는 의견이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공청회에서 정치자금을 제외하자고 한 사람은 2명뿐이었다. 나머지 2명은 정치자금을 빼면 개혁입법의 취지가 흐려진다고 주장했고, 3명은 이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총무가 평소 “정치자금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만큼, 그의 보고는 오해를 살 소지가 충분했다.

국회 운영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집권 여당 원내총무의 잘못된 보고는 의정(議政)의 파행으로 직결될 수가 있다. 더욱이 국회 공청회는 각종 법률을 제정 개정할 때 전문가와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정확히 들어 졸속 입법이 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다.

이총무가 이런 사실을 모르고 그런 보고를 한 것인지, 아니면 딴뜻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궁금하다.

윤종구<정치부>jkma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