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강진 현장]MS-보잉 본사 일부시설 파괴

입력 2001-03-01 18:22수정 2009-09-21 04:27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히며 톰 행크스와 멕 라이언이 주인공으로 나온 애틋한 사랑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배경이 됐던 시애틀은 28일 오전 50여년 만의 가장 강력한 규모를 기록한 지진으로 도시 전체가 마비되는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최근 엘살바도르와 인도 등지에서 잇따라 발생한 강진만큼 인명 피해가 많지는 않았지만 도시 곳곳에 교통이 두절되고 전기가 끊겨 시민들을 순식간에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미 서부지역은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곳으로 94년 로스앤젤레스 북부 노스리지에 리히터 규모 6.7의 강진이 발생해 72명이 숨지고 400억달러의 재산피해를 낸 적이 있다.

○…규모 6.8의 이번 지진은 1949년 4월13일 올림피아에서 발생한 규모 7.1의 지진으로 8명이 숨진 이래 워싱턴주에서는 52년 만의 최악의 지진이었다. 가장 큰 피해를 본 북서부 최대도시 시애틀에서는 도시 곳곳의 건물이 무너지거나 외벽에 금이 가고 도로 곳곳이 파손되는 등 수십억달러의 재산피해가 났다.

호텔 등 중심가 고층건물이나 관공서 학교 집 병원 등에 있다가 진동에 놀란 시민과 학생들이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오는 등 큰 소동을 빚었다. 시애틀의 관광명소인 스페이스 니들 타워 꼭대기에 있던 30여명은 한동안 꼼짝 못하고 갇혀 공포에 떨기도 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은 웨스틴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새 윈도운영시스템인 윈도스XP의 성능에 관한 연설을 하던 중 지진이 발생하자 40여분간 연설을 중단했으며 500여명의 청중이 놀라 대피하느라 법석을 떨었다.

피해복구작업이 진행되면서 부상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이날 밤 250여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도시 외곽에 사는 한 60대 여자가 지진 당시 심장마비로 사망했지만 시애틀시 당국은 “지진으로 인한 사망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세계 지진 일지

발생일장 소규 모희생자
2001.2.13엘살바도르 산비센테6.6274명
2001.1.26인도 구자라트7.93만명
2001.1.13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7.7827명
1999.9.21대만 난터우7.62만5000명
1999.8.17터키 앙카라7.41만3000명

○…도시 곳곳의 교통도 두절됐다. 시애틀 시내 중심가로 통하는 99번 고속도로와 올림피아 남서쪽 101번 고속도로 일부 구간이 폐쇄됐으며 많은 고가도로가 무너져 차량의 시내 진입이 봉쇄됐다.

연방항공국(FAA)은 시애틀―타코마 국제공항이 3시간 동안 폐쇄돼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시애틀과 타코마를 연결하는 암트랙 열차도 철로 점검 때문에 운행을 중단했다.

○…아칸소를 방문중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진 상황을 보고받은 뒤 조 알보 연방재해관리청장을 현지에 급파했다.부시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연방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피해 복구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게리 로크 워싱턴주 주지사와 폴 셸 시애틀시장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연방재해관리청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번 강진은 시애틀에 본사를 두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산업체에도 피해를 주었다.

항공기 제작사 보잉은 본사 건물과 시설이 파괴됐으며 본사 활주로도 폐쇄했다.

래리 매크래큰 보잉 대변인은 “어느 정도의 피해가 발생했는지 파악 중”이라면서 “한 낡은 건물에 균열이 발생하고 지붕이 붕괴됐다는 첫 보고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보잉은 시애틀 지역의 공장에서 보내오는 보고들을 수집하고 있다.

CNBC TV방송은 시애틀 레드먼드에 위치한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가스 누출, 정전, 기타 파손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방송은 그러나 한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진의 말을 인용, 이 같은 파손이 회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신치영기자·외신 종합 연합>higgledy@donga.com

▼대도시 덮쳤지만 사망자 없어▼

미국 시애틀에서 이번에 발생한 지진은 리히터 규모 6.8의 강력한 것이었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250여명이 다쳤을 뿐이다. 발생 장소가 인구 300만명이 넘는 대도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명 피해가 의외로 적은 셈이다.

1월 26일 인도 구자라트주를 덮친 지진은 규모가 7.9로 다소 크긴 하지만 사망자가 3만명이나 됐을 정도였다.

지진 규모에 비해 피해가 이처럼 적었던 것은 왜일까.

우선 이번 지진은 진앙이 지하 53㎞의 깊은 곳이어서 충격이 작은 편이었다. 충격이 진앙에서 지표면까지 도달하는 사이 상당히 줄어든 것. 이처럼 깊은 곳에서 지진이 일어나기는 퍽 이례적인 일이다.

대재앙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었다는 점도 피해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날 시애틀에서 지진이 발생한 시간은 오전 10시54분(현지시간). 불과 6분 후인 오전 11시에 비상대책본부가 마련될 정도로 워싱턴주 당국의 대응이 빨랐다.

사회적 시스템이 잘 갖춰지기는 지진 다발지역인 일본도 마찬가지. 지난해 10월 주고쿠(中國) 지방에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했으나 120여명이 다쳤을 뿐 사망자는 없었다.

지진 발생 후 5분 만에 재해구조반 소집령이 내려졌고 인근 지방단체는 소방헬기 등을 동원해 구조활동을 돕는 등 신속하게 대처했다. 인도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장비와 인력이 부족해 매몰된 인명을 제대로 구조하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대조적이다.

시애틀시 당국이 지진에 대비해 최근 수백만달러를 들여 빌딩과 고속도로에 내진(耐震) 보수공사를 한 것도 피해 예방에 큰 도움이 됐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