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이형택 "아가시도 해볼만 했다"

  • 입력 2001년 2월 28일 18시 44분


이형택이 아가시와의 경기중 포인트를 뺏기자 안타까워 하고 있다.
이형택이 아가시와의 경기중 포인트를 뺏기자 안타까워 하고 있다.
진한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하지만 언젠가는 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남자테니스협회(ATP)투어 사이베이스오픈(총상금 37만5000달러) 단식 1회전.

한국의 테니스 스타 이형택(25·삼성증권)이 톱시드의 세계 최강 안드레 아가시(31·미국)와 맞붙었다. 세계랭킹 82위에 불과한 이형택과 메이저 7승을 포함해 통산 45차례나 단식 타이틀을 따낸 아가시. 경력으로 따지면 안 봐도 뻔한 승부였으나 이형택은 1시간45분의 풀세트 접전 끝에 1―2(5―7, 6―3, 3―6)로 아깝게 패했다.

이날 이형택은 올 호주오픈 챔피언으로 이 대회에서만 4차례 우승한 아가시를 맞아 전혀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맞섰다. 아가시와 똑같이 7개의 서브에이스를 올렸고 위닝샷에서는 31―22로 오히려 앞섰다. 게다가 네트 어프로치도 50%(8/16)―72%(13/18)로 앞섰다. 다만 고비에서 결정짓는 능력이 다소 부족하고 뒷심과 경험이 약한 게 허점으로 드러났다.

동양식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해 환호를 받은 이형택은 경기가 끝난 뒤에는 기립 박수 속에서 활짝 웃으며 손까지 흔드는 여유를 보였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혼쭐이 난 아가시는 “이형택은 스윙이 깔끔하고 페이스 조절을 잘하며 움직임이 매우 뛰어나 고전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이형택은 첫 세트에서 아가시보다 5개나 많은 위닝샷을 터뜨렸지만 16개의 에러를 하는 바람에 5―7로 내줬다. 2세트 들어 4―2까지 앞서나간 뒤 여세를 몰아 6―3으로 따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자 아가시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3세트에서도 이형택은 게임스코어 2―2에서 아가시의 서브게임을 러브게임으로 따내며 기세를 올렸다. 게임스코어 3―2에서 다시 40―30으로 앞섰으나 회심의 백핸드 다운더라인이 라인을 벗어났다. 이 포인트만 따냈더라도 4―2로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둘 수 있었으나 듀스를 허용했고 이 바람에 그만 맥이 풀렸던지 내리 4게임을 빼앗겨 땅을 쳤다.

이형택은 “아깝기는 하지만 점점 기량과 경험이 늘어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며 “다음에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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