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문화도 월드컵시대]美 어린이 눈높이 안전교육

  • 입력 2001년 2월 19일 19시 01분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장면을 보러 가는 길이니 미스터 신도 당연히 안전벨트를 매야겠죠?”

지난달 26일 미국 워싱턴시 근교 페어폭스 카운티의 스프링힐 초등학교로 가기 위해 기자를 순찰차에 태운 하지씨가 빙긋이 웃으며 권유했다.

하지씨는 페어폭스 경찰서의 ‘학교 교육 담당관.’ 8년 동안 관내 유치원과 초등학교 20여 곳의 어린이들에게 교통안전을 가르쳐 온 베테랑 경찰이다.

“법에 규정된 건 아니지만 오래 전부터 여러 학교의 요청으로 경찰이 교통안전교육을 해 왔습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8년 동안 관내에는 어린이 교통사고가 한 건도 없었어요.”

그가 차에서 내려 학교에 들어서자 학생과 교사들이 “하지 아저씨가 왔다”며 반겼다. 이날 수업은 3학년생 100여명을 모아놓고 시작됐다. 주제는 자동차 탑승시 안전.

“어른이 될 때까지는 승용차 뒷좌석에 앉아야 합니다. 앞자리는 안전벨트와 에어백이 모두 어른들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에 어린이가 앉았다가 사고가 나면 위험하답니다.”

▼공기든 종이봉투로 에어백 설명▼

하지씨는 “뒷좌석에 앉아도 꼭 안전벨트를 매되 아주 정확하게 매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미국의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내용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교육도구를 많이 활용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하지씨의 설명에 이어 상영된 20분 짜리 비디오는 그 중 하나.

유명 영화배우가 등장해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운전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장면이 나오자 어린이들은 “우”하며 마치 실제상황인 것처럼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또 종이봉투에 바람을 넣고 달걀을 떨어뜨리는 식으로 에어백 작동원리를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씨는 인근 프랭클린셔먼초등학교에서 ‘보행자 안전 교육’을 진행할 때는 ‘선다(stop), 본다(look), 듣는다(listen), 걷는다(walk)’를 강조했다.

▼비디오-곰인형 이용 흥미유발▼

2학년 학생 50여명을 대상으로 한 이 강의에서도 비디오를 이용했는데 이번에는 피노키오와 피노키오 아버지 제페트, 귀뚜라미 페페가 ‘강사’로 나왔다.

어린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비디오에 정신을 팔자 하지씨는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이들의 관심을 집중시켜 교육 효과를 높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노키오 아버지 제페트는 피노키오 또래의 미국 어린이가 길을 건널 때 겪는 위험한 상황을 소개하며 아들을 가르쳤다.

“도로를 건널 때는 왼쪽 오른쪽을 잘 봐라. 갖고 놀던 공이 길로 튀어 나가도 길 앞에서는 일단 멈춰라. 되도록 여럿이 함께 다니고 신호를 안 지키는 운전자가 있으니 눈을 꼭 맞추어야 해.”

강의가 끝나자 피노키오는 “나는 바보가 아니에요. 아버지와 나를 위해서요…”라며 음악에 맞춰 흥겨운 노래를 부른다. 지켜보던 아이들도 어깨를 들썩이며 자신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흥미 있는 교육도구는 비디오만이 아니었다. 미국 동북부 최북단에 있는 메인주의 주도(州都) 오거스타에서는 ‘버클베어’라는 곰인형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인형은 안전벨트를 매고 있는데 큰 것은 사람이 그 안에 들어가 곰 흉내를 낼 수 있고 작은 것은 양손을 넣어 손짓을 할 수 있게 고안됐다.

▼학교서 강사 초빙 교육도▼

정부의 어린이 교통안전 담당관인 더지씨(여)는 “어린이를 가르치는 교사가 쉽게 활용하도록 고안됐다”며 “메인주 어린이들에게는 ‘버클베어’가 매우 인기”라고 말했다.

여름에는 교사가 큰 인형 속에 들어가면 힘들지만 딱딱한 강의보다 교육효과가 훨씬 크다는 것.

메인주는 미국의 대표적인 여름 휴양도시. 분위기가 강원도와 비슷한데 이곳에서도 ‘벽지’에 속하는 폭스 초등학교는 학년별로 1년에 5시간씩 외부 강사를 초빙해 교육을 하고 있다.

2월1일 이 학교에서 만난 강사 제니퍼씨(여)는 어린이의 교통안전을 위해 설립된 기금에 소속돼 각 학교를 돌며 교육을 하고 있다.

제니퍼씨는 “미국의 다른 도시보다 차가 없는 편이지만 눈이 많이 내리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눈길에서 안전하게 통학하는 교육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오거스타〓신석호기자>kyle@donga.com

▽자문위원단〓내남정(대한손해보험협회 상무)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특별취재팀〓오명철차장(이슈부 메트로팀·팀장) 이인철(〃·교육팀) 송상근(〃·환경복지팀) 서정보(문화부) 이종훈(국제부) 송진흡(이슈부 메트로팀) 신석호기자(사회부)

▽손해보험협회 회원사(자동차보험 취급 보험사)〓동양화재 신동아화재 대한화재 국제화재 쌍용화재 제일화재 리젠트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LG화재 동부화재

▼우리 손보사는 - 쌍용화재▼

쌍용화재 마산지점 김형대(金炯大)설계사는 호루라기를 들고 아침을 시작한다. 오전 7시반부터 9시까지 마산 월영초등학교 앞에서 길을 건너는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게 그의 일이다.

11년 동안 매일 같은 장소에 서 있다 보니 이제는 지나가는 버스 운전사와 출근길 직장인들이 인사를 건넬 정도이다. 누구보다도 그를 반기는 건 월영초등학교 어린이들이다.

“쌍용아저씨, 쌍용아저씨, 안녕하세요. 저 어제 새 운동화 샀어요. 예쁘죠.”

어린이들은 김씨에게 새 운동화를 자랑하거나 어제 친구와 즐겁게 놀았던 얘기를 하면서 교통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린다.

김씨가 이렇게 학교 앞을 지키게 된 건 11년 전 눈앞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때문이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과속으로 달리던 트럭에 월영초등학교 학생이 치여 식물인간이 됐다. 그때부터 그는 ‘움직이는 신호등’이 되어 어린이들을 지키고 있다.

“최근 어린이 교통사고 기사가 자주 눈에 띄어 안타깝습니다. 운전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그런 일은 없을텐데요. 제일 늦게 등교하는 어린이가 안전하게 학교에 들어서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함을 느끼지요.”

월영초등학교 학부모 총회는 자신의 자녀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김씨에게 감사패를 수여했고, 이 사연은 MBC라디오 ‘푸른 신호등’에도 소개됐다.

김씨의 자원봉사 사례는 쌍용화재가 펼치는 사회공익활동의 하나. 국민재산 보호 및 사회복지 구현이라는 이념 아래 1948년 창립된 쌍용화재는 화재 해상 자동차 보험 등 다양한 손해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해지역 구호 등 봉사활동에 앞장서 왔다. 지난해에는 당기 순이익 11억원에 지급여력비율 209.5%로 업계 3위의 성적을 기록했으며 전자상거래보험(넷 시큐어 종합보험)을 가장 먼저 개발했다. 퇴직보험 배당 기준율은 업계 최고인 9%이며 자산 운영 수익률(16.9%)도 최고 수준이다.

김재홍(金在鴻)사장은 “손해 보험사로서 내실을 다지는 한편 보험료의 0.5%를 사회공익기금으로 출연하고 매달 교통사고 유자녀를 돕는 등 이익환원에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당신의 안전운전 상식은▼

모든 차량의 운전자는 진행할 도로 전방의 교통상황을 예의 주시하여 다른 사람에게 위험과 장해를 주지 않도록 안전하게 운전해야 한다(도로교통법 제44조).

그림에서 보듯 자동차 ⓛ이 갑자기 앞에 끼어드는 자동차 ②를 피하려다 다른 자동차 ③과 부딪친 경우 충돌을 직접 일으킨 자동차 ⓛ이 ‘안전운전 의무위반’으로 자동차 ③에 대한 가해 차량이 된다. 그러나 충돌을 일으킨 자동차 ⓛ이 종합보험에 가입한 상태라면 경찰에서는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돼 운전자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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