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문화도 월드컵시대]호주 71년부터 안전정책

  • 입력 2001년 2월 5일 18시 48분


필자가 86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정부의 전력청 연구부에서 근무할 때 일이다. 발전소를 건설하고 도로를 개설할 지역에는 발전소가 들어서면서 배출될 공해를 우려하는 민원이 많았다.

주민들은 전력청 청사를 찾아와 공해대책이 무엇인지를 따졌는데 이들을 대하는 실무자들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국장이나 청장 등 윗사람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미루지 않고 자신의 책임 아래 될 것과 안될 것을 명확히 구분하며 그 자리에서 대답하는 것이었다.

뉴사우스웨일스 도로교통안전청(LTSA)의 피터 로리 수석연구원은 교통신호 운영분야에서만 30년간 근무해 왔다. 퇴직을 눈앞에 둔 그는 출퇴근 시간대별로 시드니 시내와 외곽 주요 도로의 통행상황이 어떤지를 직접 보지 않아도 훤히 안다.

이 때문에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도로통제와 후속 대책을 경찰과 함께 신속히 처리한다. 그는 “내 머릿속에는 항상 시드니 도로가 떠올라 언제든지 시간대별 교통상황을 파악하고 긴급상황시 대처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호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국가중 영국 스웨덴 미국 일본에 이어 교통사고율이 가장 낮은 축에 속하는 이유는 이처럼 책임감과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호주 연방정부 교통안전위원회의 최근 보고자료에 따르면 과거 30년간(1969∼1999년)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8만여명으로 피해액은 연간 150억 호주달러에 이른다.

1970년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3798명. 인구 10만명당 30.4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해마다 사고가 2∼5%씩 감소해 99년에는 사망자가 1759명(인구 10만명당 9.3명)으로 감소했다. 교통사고 통계를 집계한 192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70년 이후 인구가 1160만명에서 1900만명으로 늘고 자동차 대수와 자동차의 연간 총 주행거리가 2배 이상 증가했는데도 사고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호주가 교통안전 문제의 심각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교통안전 대책을 본격적으로 마련한 것은 71년부터다.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해마다 30억∼40억 호주달러의 예산을 투입하며 도로구조를 개선하고 운전자의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했다.

76년에는 교통안전법에 따라 교통부에 교통안전위원회를 상설기구로 만들어 경찰청 보건부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단체와 긴밀한 협조 체제를 갖췄으며 이듬해에는 음주운전자를 대상으로 불시 단속을 시작했다.

교통안전위원회는 이런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호주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로 만들기 위해 지난해 11월17일 ‘국가 교통안전 전략 2001∼2010’을 발표했다.

1단계 목표는 2005년까지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를 8.5명으로 낮추고 이어 2010년까지 피해율을 인구 10만명당 5.6명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체적 사업분야는 39개로 정했는데 △도로별 제한속도를 전국적으로 통일하고 △대형화물차 운전자는 술을 한방울도 마시지 못하도록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혈중 알코올농도 0.00%로 강화하며 △초보운전자 관찰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등의 10가지 핵심과제는 2년 단위로 세부계획을 시행키로 했다.

또 전국적으로 교통사고 위험지역(Black Spot) 400곳을 골라서 도로구조와 교통안전시설을 개선하는 데 해마다 4000만 호주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교통안전위원회 위원장인 앤더슨은 “우리가 세운 계획을 2010년까지 꾸준히 수행하면 10년간 모두 3600명의 생명을 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도로 이용자인 시민과 경찰, 병원, 언론 및 민간단체 관계자들이 모두 노력해야 하지만 정책을 수행하는 정부기관 담당자들의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제5차 교통안전 종합대책(2002∼2006년)을 준비 중이다. 교통안전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자주 바뀌지 않고 전문가로서의 자질을 갖춘다면 새롭고 획기적인 계획이 아니라 이미 나온 내용이라도 충분히 성과를 거둘 것이라 생각한다.

▽자문위원단〓내남정(대한손해보험협회 상무)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 이순철(충북대 교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특별취재팀〓오명철차장(이슈부 메트로팀·팀장) 이인철( 〃 교육팀) 송상근( 〃환경복지팀) 서정보(문화부) 이종훈(국제부) 송진흡(이슈부 메트로팀) 신석호기자(사회부)

▽손해보험협회 회원사(자동차보험 취급 보험사)〓동양화재 신동아화재 대한화재 국제화재 쌍용화재 제일화재 리젠트화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LG화재 동부화재

임 평 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우리손보사는…대한화재/"음주운전 줄이자" 캠페인▼

지난해 경찰단속에 걸린 음주운전은 27만4400건. 99년의 24만1373건과 비교하면 13.7% 늘어났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99년의 경우 2만3718건으로 998명이 숨지고 약 4만명이 다쳤다.

대한화재(대표이사 정지영·鄭芝泳)는 음주운전 교통사고의 피해가 다른 종류의 교통사고보다 심각하고 최근 10여년간 계속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 98년부터 음주운전 예방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 회사는 전국 지점망을 통해 1000여명의 직원이 음주운전의 위험을 알리는 가두 캠페인을 정기적으로 벌여왔다. 캠페인은 주로 출퇴근길에 하며 연말연시에는 유흥가 주변 지역에 집중된다.

대한화재 본사가 있는 서울 남대문시장에는 직원들이 직접 시장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상인과 행인들에게 홍보전단을 배포하는데 처음에는 상인들이 장사에 방해가 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대한화재 직원들이 시장 청소를 도와주며 음주운전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자 나중에는 상인들도 캠페인을 이해하고 많은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여름 휴가철에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나 아파트 단지에서 엔진오일, 냉각수, 브레이크액 등을 점검해 운전자가 안전하게 휴가를 즐기도록 하는 서비스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한화재컵 프로축구대회 때는 관객들의 자동차를 무료로 점검했다.

대한화재는 46년 5월 영업을 시작한 뒤 보험 한길을 걸어온 보험전문기업. 보험료의 일정액을 출연해서 북한동포돕기 등 사회공익활동에도 기여하고 있다.

정지영 대표이사는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앞두고 사회 각계에서 선진교통문화 정착에 노력하고 있으므로 대한화재도 음주운전 사고예방 등 교통사고를 줄이는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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