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전문가들이 말하는 올 집값 동향

  • 입력 2001년 2월 5일 18시 37분


서울 도봉구 창동 24평형 아파트에 전세 사는 LG건설 김격수과장(37)은 집을 사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 1억원 이상의 거액을 집에 묶어 놓는다는 게 어리석은 짓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집값이 오를 기미를 보인다는 언론보도를 접할때마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지금 때를 놓치면 후회할 것"이라는 동네 부동산중개업자의 말은 은근한 협박으로까지 들린다.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니냐는 생각에 잠이 안옵니다. 집값이 바닥이고 하반기부터는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그럴싸해 보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요즘 전세금 상승세도 심상치 않고요."

◇반짝 장세일 가능성 높다

전문가들은 김씨와 같은 고민에 빠진 사람들에게 “최근의 가격 동향은 ‘반짝 장세’일 뿐 크게 걱정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거의 끊어지다시피 한 구매 수요가 소폭 다시 생겨났지 본격적인 가격 상승으로 보기에는 수요층이 너무 얇다는 분석이다.

분당신도시의 제일부동산 이종필씨는 “전세는 공급보다 수요가 많지만 매물은 공급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전세금 상승이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도 최근 주택시장의 특징.

부동산플러스에 따르면 시세변동을 주도하는 25∼35평형에서 최근 2주간 서울 전세금은 0.10% 올랐지만 매매가는 0.01% 상승, 거의 제자리에 머물렀다.

일산신도시 문촌마을공인중개사무소 이명숙씨는 “전세금이 매매가의 70∼80%에 달해도 전세 수요자가 집을 사겠다고 나서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전했다.

거래량 감소도 집값 안정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99년까지 월평균 소유권이전등기 부동산 건수는 152만9832개였는데 반해 지난해 8월 이후부터는 평균 건수가 20% 이상 감소한 112만∼130만건에 불과하다.

주택이 부동산거래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 침체를 바로 엿볼 수 있다.

이 같은 점 때문에 전문가들은 거래를 동반하지 않는 집값 상승은 단지 호가 위주 상승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부연구위원은 “근본적인 구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4월 이후 집 값이 다시 하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3월말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실업자 수, 급격한 내수 침체 등 실물경기가 최악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더이상 집값 폭등 없다

집값 폭등 전망이 많았던 지난해 초. 국내 경제 여건이 좋았던 데다 벤처열풍까지 불어 가능성이 어느 해보다 높았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8월 이후 거래가 끊어지고 가격은 폭락하는 장세로 나타났다. 특히 하반기 실물경기가 나빠지면서 큰 폭으로 떨어지는 아파트가 속출했다. 기대만 컸을 뿐 근본적인 수요 증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로 폭락했던 집값이 크게 회복됐던 99년에도 비슷한 상황을 볼 수 있다.

연초만 해도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집값이 외환 위기 이전 시세를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에서만 평당 100만원 이상 올랐을 뿐 강서 강북 구로 관악 노원 도봉구 등 대부분 지역에서 평당 20만∼30만원 상승하는 데 그쳤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위원은 “주택보급률이 93%를 넘어서면서 투자수요층이 얇아진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세금 폭등도 없다

설 직후 서울과 신도시에서는 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보름 새 전세금이 500만원 이상 올랐다. 일부 강남권에서는 전세 매물 부족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이 같은 전세금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닥터아파트 곽창석이사는 “신학기를 앞두고 이사수요가 늘어나 이달 말까지는 전세금이 강세를 보이겠지만 다음달부터는 다시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교통부 주택정책과 유성용 서기관도 “98∼99년 업체 부도로 공사 중단된 아파트 중 15만 가구가 2000∼2001년 입주하고 있다”며 “입주 물량도 다소 넉넉해 전세금이 소폭 상승하는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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