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회사채인수 불가피"… IMF, 정부 시장개입 인정

  • 입력 2001년 2월 2일 18시 29분


국제통화기금(IMF)은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등 한국 정부의 회사채시장에 대한 부분적 개입을 인정한다는 공식 견해를 밝혔다. 또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IMF는 한국정부와의 ‘2000년 연례협의’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이 같은 내용의 평가보고서를 2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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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이사회는 “회사채 만기가 한꺼번에 몰리고 회사채 수요가 적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 정부가 채권담보부증권(CBO) 발행과 채권펀드 조성 등을 통해 시장에 어느 정도 개입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IMF 이사회는 “시장 개입은 한시적이어야 하고 시장 왜곡을 최소화하는 수준이어야 한다”면서 “일시적 금융문제를 안고 있는 회생가능한 기업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기업들이 ‘대마불사(大馬不死·too big to fail)’란 인식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하며 채권시장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기업의 부채 감축 등 구조조정 노력이라고 덧붙였다.

IMF 이사회는 한국 기업의 부채비율이 아직 높고 수익성이 낮다고 지적한 뒤 은행들이 살아나기 힘든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청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아자이 초프라 IMF한국과장은 워싱턴 주재 한국특파원과의 인터뷰에서 “산은의 회사채 신속인수도 정당화되는 범위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IMF의 견해는 로버트 죌릭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가 현대전자 회사채 인수에 문제를 제기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IMF는 국내 수요 약화와 대외 환경 악화로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이 작년(9.5% 내외 추정)의 절반 수준(4.8% 내외)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권순활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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