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IT섹션]"공공장소 휴대전화 이젠 꼼짝마!"

  • 입력 2001년 1월 14일 18시 48분


1년 전 미국 어느 작은 마을의 한 교회. 목사는 열심히 설교를 하고 있고 신도들은 간간히 ‘할렐루야’ ‘아멘’을 외치며 경청하고 있다. 이때 갑자기 날아든 ‘삐리릭’ 소리. 한 여인이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자신의 지갑을 뒤지더니 휴대전화기 스위치를 껐다. 그러나 온화해 보였던 신도들이 맹렬하게 ‘저주의 시선’을 보낸 다음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이 해프닝을 목격한 제프 그리핀에게는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일정거리 내에서 무선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블루투스 기술을 이용하면 교회에 들어서는 순간 자동적으로 휴대전화기를 진동모드로 바꿀 수 있다는 아이디어였다. 제프 그리핀은 에릭슨과 모토로라에서 근무하다가 지금은 무선기술회사인 블루링크스로 옮긴 엔지니어. 그리핀이 개발한 큐존(Q―Zone; Quiet Zone)이라는 이 기술은 곧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휴대전화기 사용을 제한하는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여기에는 큐존처럼 블루투스 기술을 응용한 것에서부터 무선신호 교란기, 휴대전화기 탐지기 등 다양한 기술이 동원되고 있다고 타임스는 보도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넷라인사가 내놓은 시가드(C―Guard)는 아예 무선 신호를 교란해 휴대전화기를 무용지물로 만든다. 일종의 무선전화기 방화벽인 시가드를 설치해 놓은 장소에서는 통화가 불가능한 것은 물론 휴대전화기 신호도 울리지 않는다.

이 회사에 따르면, 시가드는 군대 등 긴밀한 정보를 다루는 곳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몇 달전에는 이스라엘 국방부를 고객으로 끌어들였다.

시가드 보다 좀더 ‘온화한’ 기술도 최근 개발됐다. 워싱턴의 제트론사가 내놓은 휴대전화기 탐지기가 주인공. 30m 밖에 있는 휴대전화기까지 감지해내는 이 탐지기는 △알람 소리를 울리고 △휴대전화 사용 금지지역임을 알리는 방송을 내보내고 △경비를 호출하는 등 내장된 프로그램을 차례대로 진행한다. 이 회사 고객의 80%는 의료기관. 휴대전화기 신호가 의료기기의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 이 탐지기에 보내는 관심은 지대하다.

휴대전화기 사용을 제한하는 기술은 엔지니어의 몫만은 아니다. 미국의 한 건축협회에 따르면, 구리 그물망을 집어넣은 콘크리트 구조물과 벽을 이용해 무선신호를 차단할 수 있다. 또 일반인들은 ‘휴대전화기 사용금지’를 알리는 표지판을 붙여 ‘단순하고 값싼’ 방어에 나서기도 한다.

이런 첨단기술들에 대해 1억명이 넘는 미국의 휴대전화기 사용자들이 모두 달가워하는 것은 아니다. 연방 수정헌법 제1조인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고 모든 사람들의 재산인 공중파 사용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게 불만이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99년 10월 이들의 의견을 존중, 무선신호 교란기 설치를 법으로 금지했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