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짜주문 처벌 위해 제도개선해야"

입력 2001-01-14 18:38수정 2009-09-2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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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증권거래소의 특별감리 결과 가짜주문(허수호가)이 생각보다 대규모로 다양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지금까지 가짜주문을 이용한 주가조작으로 당사자가 처벌을 받은 전례는 없다. 이 때문에 ‘사각지대’가 생긴 증권거래법의 관련규정을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가짜주문도 주가조작이다〓주가가 2830원인 은행주를 2510원에 300만주 사겠다는 매수주문을 낸다. 매수잔량이 크게 늘어 주가가 오르자 직전가보다 20원 높은 2850원에 7만주를 팔고 즉시 300만주 매수주문을 취소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가짜주문의 실례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원 증권거래소 등은 이처럼 가짜주문을 내 주가를 끌어올리고 보유주식을 유리하게 처분한 것은 명백한 주가조작이라고 보고 있다. 현행 증권거래법의 시세조종(주가조작) 관련 조항으로도 충분히 처벌할 수 있는 유형이라는 것.

한누리법무법인 강용석변호사는 “가짜주문은 허위표시를 통해 다른 매매자들이 ‘거래가 활발하다’는 오해를 하게 만드는 것으로 시세조종에 해당된다”며 “가짜주문이 만연하고 있기 때문에 처벌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는 처벌 곤란〓거래소는 작년 2월 가짜주문 2건을 적발해 금감원에 추가조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주가조작으로 결론내 검찰에 넘기지 못하고 일임매매를 했다고 고발하는 데 그쳤다.

법원의 보수적인 판결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장기적이고 조직적인 주가조작사건들도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검찰도 ‘단발적이고 사소한’ 허수주문을 상대하기 꺼려하고 이 관행이 금감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누리법무법인 강변호사는 “가짜주문을 낸 사람이 ‘나는 사려고 했다’고 강변할 경우 주가조작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쉽지 않고 허수호가를 통한 주가조작을 처벌한 법원의 전례도 없다”고 지적했다.

▽부당한 이익을 환수해야〓이 때문에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부과하고 있는 민사제재금(civil moneytary penalty)제도를 국내 실정에 알맞게 변용해 도입해야 할 필요성이 나오고 있다.

민사제재금은 형사처벌을 받을 정도로 중대한 잘못이 아니라면 부당하게 얻은 이익금을 물어내도록 요구하는 준사법적인 제도다. 이 경우 제재금을 내는 당사자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한 증권전문가는 “가짜주문으로 부당이익을 챙긴 사실을 적발한 경우 금감원이 이익금을 환급하는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며 “이렇게 하면 가짜주문이 크게 줄어들어 증시의 질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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