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문화]동아대 박형준교수 저서 놓고 시민사회론 논쟁

입력 2001-01-10 17:56수정 2009-09-2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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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단체총람 2000’(시민의 신문·1999년 9월 발간)에 따르면 국내의 NGO(비정부기구)는 4000여개, 전국의 지부들까지 합치면 2만개가 넘는다. 지난해 낙천낙선운동을 이끌어 낸 참여연대부터 노숙자의 식사 한 끼를 해결해 주려 애쓰는 작은 사랑의 손길까지 시민단체는 이제까지 정부가 해온 많은 일들을 대신하고 있다.

학계에서 시민운동에 대한 분석과 방향 설정을 위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동아대 박형준 교수가 최근 ‘성찰적 시민사회와 시민운동’(의암출판)을 내놓아 시민사회론 논의를 가열시키고 있다.

박교수는 1980년대 후반 학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시민사회론’ 논쟁의 중심에 서 있었던 인물. 당시 마르크시즘의 계급결정론적 시각을 벗어나 민주주의를 다중적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다며 시민사회론을 제기했던 그는 이 책에서 “정치적 성격이 강한 시민운동을 벗어나 자신의 삶과 직결된 시민운동이 돼야 한다”며 ‘성찰적 시민사회론’을 제기하고 있다.

“시민들이 사회구조의 타율적 통제나 감시로부터 벗어나 문화운동으로서의 시민운동, 자기 삶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시민운동을 벌여 나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박교수는 현재 사회학계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전개되고 있는 시민사회론 논의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힌다.

박교수는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의 ‘진보적 시민사회론’에 대해 시민사회나 시민운동을 정치개혁을 위한 전술적 차원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조교수는 노동운동 민중운동과의 연대를 통한 시민운동의 활로를 모색해 왔다.

박교수는 ‘자유해방적 시민사회론’을 주창해온 부산대 김성국 교수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한다.

한 사회를 ‘국가―시장―시민사회’로 나누는 일반적인 삼분(三分) 모델을 비판하고 대신에 ‘국가―시민사회’로 나누는 이분(二分) 모델을 제시하는 김 교수의 이론은 국가를 예리하게 비판하는 장점을 갖기도 하지만, 국가를 제거돼야 할 대상으로 보는 아나키즘 쪽으로 나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고려대 조대엽 교수나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자율적 시민

사회의 형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박형준 교수의 주장과 유사하다.

하지만 박 교수는 이 중에서도 ‘분석적 시민사회론’을 주장하는 조 교수에 대해서는 독자적 시민사회론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한다. 조대엽 교수는 “시민단체, 시민운동, 시민사회 등의 개념적 구분을 명확하게 하고 경험적 지표와 유형 분석 등을 통해 한국의 사회운동과 시민운동을 분석적으로 접근할 것”을 주장하며 보다 학술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정치적 권위주의, 천민 자본주의, 이기적 시민사회를 국민국가 단위에서 개혁하는 한편 세계화 등 전 지구적 흐름에 접목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연세대 김호기 교수의 ‘이중적 시민사회론’에 대해 박 교수는 “내 이론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지만 이론적으로 좀 더 체계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박 교수의 이론에 대해 김호기교수는 규범적 당위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며 “이제 시민사회이론보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는 ‘NGO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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