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국민-주택銀 "우리가 합병 주도" 벌써부터 기싸움

  • 입력 2000년 12월 29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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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을 추진 중인 국민―주택 양 은행이 벌써부터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주택은행 김정태(金正泰)행장은 28일 행내 방송을 통해 “국민은행과의 합병 조건은 주택은행에 유리하게 타결됐다”며 “우리가 국민은행보다 먼저 신속하게 영업 정상화를 이루고 조직을 안정시키면 확실한 합병 주체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직원들의 복귀를 촉구하기 위해 ‘당근’을 제시한 것이지만 이 소식을 들은 국민은행측은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국민은행의 김모차장은 “출근율로 합병 주체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느냐”며 “아무리 직원 설득용이라고 해도 행장으로서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오후 들어 국민은행 김상훈(金商勳)행장도 방송을 통해 “합병조건을 국민은행에 유리하며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양 은행은 직원수 자산규모 등에서 엇비슷하기 때문에 합병발표 이전부터 합병방식 합병비율 존속법인 등을 놓고 이견이 적지 않았다.

특히 양 은행장이 합병을 발표한 22일에도 국민―주택은행은 합병 후 은행명 합병비율 등을 둘러싸고 서로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발표하는 등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국민은행측이 공식 합병 발표에 앞서 “존속법인과 합병 후 은행명도 국민은행으로 한다”는 자료를 배포했으나 곧이은 양 은행장의 공식 발표에서 “새 은행명은 추후 협의해 결정하기로 했다”고 정정됐다. 이날 저녁 주택은행측은 공시를 통해 ‘합병 비율은 MOU체결 전일(21일) 주식의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결정한다’고 밝혔다가 다음날 ‘자산 부채 실사결과로 합병추진위원회에서 합병 비율을 조정한다’고 정정했다. 주가를 기준으로 하면 주택은행이 유리하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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