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얼굴없는 천사'들 이웃돕기 온정 밀물

  • 입력 2000년 12월 29일 01시 03분


연말을 맞아 경제한파 속에서도 어려운 이웃과 온정을 나누는 ‘얼굴없는 천사’들의 선행이 이어지고, 이들과 함께하려는 공동체마당이 곳곳에서 마련되고 있어 세밑을 훈훈하게 해주고 있다.

27일 부산 북구 금곡동 사무실에 신분을 밝히지 않은 40대 중반의 남자가 전화를 걸어와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한 후 쌀 700㎏과 라면 170상자를 보내 왔으며 사상구청에도 이름을 알 수 없는 한 남자가 불우이웃시설에 전달해 달라며 쌀 1000㎏을 보내왔다.

이달 5일에는 동래구 안락2동사무소에 “가정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귤을 전달해 달라”는 짤막한 전화가 온 뒤 귤 70상자가 동사무소 앞으로 배달됐으며 이 남자는 올 1월에도 귤 84상자, 9월에는 배 90상자를 동사무소에 보내왔다.

또 ‘무명회’로만 알려진 주부모임은 93년부터 지금까지 매달 부산지역 동사무소를 돌며 40㎏짜리 쌀 16포대와 김치 김 등을 전달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기업 등의 온정도 세밑 한파를 녹이고 있다.

‘맑고 향기롭게 부산모임’은 28일 김장 100포기와 내복 130벌, 쌀 800㎏, 안경구입권 100장 등 3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마련해 혼자 사는 부산지역 노인 30가구와 양로원 노숙자쉼터 사회복지시설 등을 방문해 전달했다.

부산에 본부를 두고 있는 ‘사랑의 도시락 보내기 운동본부’는 이날 중구 영주동 코모도호텔에 저소득층 어린이 100여명을 초청해 겨울나기 후원금 각 30만원씩을 전달하고 이웃사랑 실천에 관한 수기공모 시상식을 가졌다.

부산은행은 이날 극빈가정 및 시설보호자를 위해 써달라며 부산시에 불우이웃성금 2억원을 기탁하고 시는 이 기탁금으로 혼자사는 노인 994가구와 결식아동 286가구 등 3024가구에 백미 20㎏씩을 각각 전달했다. 공동모금회 부산지부에서도 이날 저소득 주민 300가구에 가구당 50만원씩의 응급생계비를 지원했다.

육군 제53사단 장병 12명은 이날 급성 백혈병으로 동아대 병원에 입원해 있는 추모씨(48·여·경남 창원)가 혈소판이 부족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곧바로 ‘사랑의 헌혈’에 참가해 성공적인 수술을 지원했다.

신세대를 겨냥한 새로운 개념의 신발 브랜드인 ‘개그’를 생산하고 있는 부산진구 개금1동 ㈜대혁은 이날 신발 2000켤레를 고아원인 연제구 연산9동 성우원과 사하구 다대2동 두송종합사회복지관 등 10개소의 사회복지시설에 기증했다.

또 식품 유통업체인 ㈜광동그린은 동래구 온천2동 회사 강당에서 부산지역 노인 180여명을 초청해 점심과 떡 등을 대접하고 연예인을 초청해 경로잔치를 베풀었다.

한편 부산비둘기노인대학생 100여명은 사회 각계각층의 도움에 감사하는 뜻으로 내년 1월1일 오전 1시부터 낮 12시까지 시청앞∼태종대공원∼충렬사∼충혼탑간 평화기원 순례행진을 갖는다.

<부산〓조용휘·석동빈기자>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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