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교통단속도 단속 나름

  • 입력 2000년 12월 28일 18시 55분


모처럼 가족과 함께 차를 몰고 연휴 나들이를 다녀오던 이과장. 서울 북쪽 자유로에서 차가 막혀 30분 가량 ‘거북 걸음’을 거듭하다 길이 뚫리자 속도를 제법 올렸다. 교차로의 녹색신호가 노란불이 되더니 어느새 빨간불로 바뀐다. ‘급정거를 할까, 말까’ 찰나의 고민 끝에 가속페달을 밟았다. “아니 이런….” 쏙 들어간 곳에 경찰차가 숨어 있는 게 아닌가.

경찰관이 다가왔다. “신호를 위반하셨네요.”

옆과 뒤를 빠르게 훑어봤다. 아내와 두 딸은 침을 ‘꼴깍’ 삼키며 쳐다보고 있다. 머리를 긁적이면서 ‘나지막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한번만 봐주시면 안될까요?”

“바빠도 안전운전 하셔야죠.” 면박만 돌아왔다.

‘안되겠구나. 스타일 구기느니 세게 나가자’ 싶었던 이과장.

“바쁘니까 시간 끌지 말고 빨리 끊어.” 큰소리를 쳤다.

“앞으론 조심하세요.” 경찰관이 면허증을 그냥 돌려줬다.

“어, 안 끊으세요?”

“무조건 단속하는 게 경찰이 아닙니다. 계도도 중요한 임무죠.”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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