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학 부실' 이제는 안된다

  • 입력 2000년 12월 28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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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상당수 사립대의 교육환경은 참으로 열악하다. 사학재단의 파행운영이나 비리, 시설부족 등으로 학생들이 제대로 수업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환경이 부실해 수업권을 침해받은 졸업생들에게 사학재단이 손해배상을 하라는 법원의 판결은 이 같은 사립대 교육환경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한다.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전남 광양의 한려대 졸업생 24명이 재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는 학생들에게 1인당 350만∼500만원씩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학생들은 설립자부부의 등록금횡령과 파행적 학교운영, 도서관 등 시설부족으로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었다.

이번 판결은 ‘수업권침해’에 대해 학생들이 법적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나온 것이다. 이 판결은 사정이 비슷한 다른 사립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는 최근 몇 년 새 교육환경이 열악한 사립대가 무더기로 들어섰다. 현재 전국의 사립대는 모두 131개교(전문대 142개교는 별도)로 이중 28개교가 학교설립이 자율화된 96년 이후 생겼다. 이에는 교육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고려가 많이 작용했다. 국회의원 민선자치단체장들은 선거 때 대학유치를 공약으로 내거는 경우가 많았고 이 바람에 전국 곳곳에 사립대가 무분별하게 들어섰다. 심지어는 공사비도 없이 학교부터 짓고 뒤에 등록금을 받아 이를 메우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다 보니 도서관 실험실습실 등 교육시설이 제대로 갖춰질 리 없다.

영세사학들은 학교를 관리 운영할 행정체계와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족벌 및 측근체제로 학교를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 이 과정에서 학교비를 위법 부당하게 집행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학내분규나 수업권침해로 이어진다.

일부 사학설립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해 학교가 문을 닫아도 건물은 그대로 자기소유가 된다는 생각에서 학교를 세운다니 이러고서도 교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나 교육자가 될 수 없듯이 아무나 사학의 설립자가 돼서는 안된다. 그것이 교육의 권위이고 긍지다.

교육부는 지역의 교육수요나 교육여건 등을 정확히 측정해서 사학설립 허용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학교가 들어선 뒤에는 철저한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이번 판결이 사립대의 난립을 막아 교육환경의 내실을 기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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