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연극-무용계 결산]거세진 뮤지컬 바람…발레 흥행 성공작

  • 입력 2000년 12월 26일 19시 11분


만성적인 불황. 그렇지만 제대로 된 '문화상품'은 살아남았다. 새 밀레니엄의 기대 속에 출발한 연극 무용계의 한해를 결산한다(편집자주).

●연극

▽절반의 성공, 서울연극제〓눈에 띄는 것은 국내 연극계 최대 행사인 서울연극제가 ‘팔리는 상품’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10월15일까지 50일간 37편이 공연됐다. 경연이 아닌 축제 형식으로 두 번째 치러진 이 행사는 외국초청작을 중심으로 관객 몰이에 성공했다. 전체 관람객은 공식 초청작 기준으로 3만3000여명이었다. 이 수치는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외국 초청작의 유료 관객은 2배이상 증가했다.

개막작인 로버트 윌슨의 ‘바다의 여인’을 비롯, 리 브루어의 ‘하지’, 오타 쇼고의 ‘사라치’, 니크로시우스의 ‘리투아니아 햄릿’ 등 외국 화제작이 대거 공연됐다. 이들 작품들은 관객의 눈높이를 끌어올리는 한편 국내 연극계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오태석의 ‘잃어버린 강’, 극단 ‘청우’의 ‘오이디푸스, 그것은 인간’ 등 국내 참가작은 부진한 편이었다.

▽넌버벌(Non Verbal·비언어) 뮤지컬의 강세〓‘난타’로 시작된 바람이 계속됐다. 일본에 방영되는 김치 CF까지 진출한 이 작품은 난타전용극장 건립에 이어 1000회 공연 기록을 세웠다. ‘난타’의 성공은 타악 퍼포먼스 ‘두드락’ 상설공연과 내년 1월 공연되는 ‘도깨비 스톰’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더욱 거세진 뮤지컬 바람〓90년대 중반부터 활성화된 뮤지컬은 최근 몇 년새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렌트’ ‘시카고’ 등 브로드웨이 히트작들이 초연됐고 동구권의 ‘드라큘라’도 재공연됐다. 이윤택의 ‘도솔가’, ‘밥퍼 랩퍼’ ‘대박’ 등 창작 뮤지컬도 잇따라 무대에 올랐다. 5억원이상 제작비가 투입된 대형 뮤지컬 외에도 소극장 등 극장 크기에 맞는 다양한 규모의 뮤지컬 등장도 눈길을 끈다.

▽남겨진 숙제들〓정통 연극의 ‘겨울’은 계속됐다. ‘봄날’ ‘오월의 신부’ ‘일식’ ‘마르고 닳도록’ ‘박수칠 때 떠나라’ 등 화제작이 있었지만 흥행과 비평의 두 문턱을 모두 넘어서지는 못했다.

●무용

▽풍성해진 국제 공연〓‘세계 춤 2000서울’ ‘세계무용축제2000’ 등으로 국제 무용계 스타들이 국내를 찾았다. ‘세계 춤∼’에서는 이렉 무카메도프, 줄리 켄트, 엔젤 코렐라 등 발레 스타와 현대무용의 빌 T 존스가 수준높은 공연을 펼쳤다. 세계 유명 무용 단체가 아닌 ‘갈라 쇼’도 국내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해외무대의 성과〓국립발레단 출신의 김용걸이 2월 동양인 남성으로는 최초로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정식 입단했다. 황혜민은 뉴욕국제발레콩쿠르에서 동상, 장운규―노보연은 불가리아 바르나발레콩쿠르 2인무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주목되는 것은 불모지로 여겨졌던 현대무용의 분발이었다. 안영준과 신종철이 파리국제무용콩쿠르에서 각각 1, 2위에 올랐다. ‘댄스 시어터 온’의 현대무용가 홍승엽은 리용댄스비엔날레의 호평을 발판삼아 해외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상종가의 발레〓발레는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등 직업 발레단의 꾸준한 활동과 발레 붐을 타고 공연계의 불황 속에서도 만족할만한 흥행성과를 거뒀다. 발레스타 갈라쇼와 연말 ‘호두까기 인형’ 공연은 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

▽그들만의 잔치, 서울무용제〓국내 창작 무용제 중 최대 행사로 지난해와 비교할 때 심사를 둘러싼 시비는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관객과 담을 싼 행사였다. 창작의 완성도 높이기와 중견 무용가의 참여 등을 통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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