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시그마컴,그래픽카드 최강자로 우뚝

  • 입력 2000년 12월 26일 10시 08분


오후 10시 경기 안양시 관양동 안양농협빌딩. 정문이 잠겨 있는데 4층 사무실에 불이 훤하게 켜져 있다. 어렵게 쪽문을 찾아 올라간 시그마컴 사무실. 직원들 대부분이 자리에 앉아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270평 공간을 파티션으로 나눠놓은 실내 분위기는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멀다. “직원 다수가 하드웨어 연구개발 인력이다보니 사무실 분위기가 공장같다”고 설명하는 주광현사장(39). 그의 외모도 어디선가 본듯한 소박한 이웃의 모습이다.

연매출 600억원에 PC용 그래픽카드 시장의 40%를 휩쓸고 있는 벤처기업 치고는 인테리어가 ‘촌스럽다’는 느낌마저 든다.

허세나 겉치레를 거부하고 실속 경영을 추구해온 시그마컴의 성공비결이 녹아 있는 듯 하다. 시그마컴은 창업 2년 만에 국내 그래픽카드 시장을 석권,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등 PC제조사들을 상대로 한 납품시장에서는 독주 상태. 지난해 120억원이었던 매출액이 올해엔 5배나 늘었다. 연간 150만대 규모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자체공장도 생겼다. 벤처산업의 위기에도 아랑곳없이 신바람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 비디오카드 일색이던 제품도 개인용비디오녹화(PVR)카드와 디지털TV 수신카드, 위성셋톱박스 등으로 다양해졌다.

주사장은 “내년에는 일본시장에 승부를 걸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기술로 세계 멀티미디어 기기 시장을 선도해 노키아나 소니같은 기업이 되는 게 목표다.

성공의 요체는 기술력. 이를 바탕으로 제품을 조기에 만들어 시장을 선점한 것이 주효했다. 창업한 지 2년여밖에 안됐지만 주사장을 비롯한 개발인력의 경우 멀티미디어 주변기기 분야에서만 5∼10년여의 축적된 기술력과 노하우를 자랑한다. 현재도 전체직원 중 40%가 연구개발 인력. 매년 매출의 6.96%를 신제품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알려서 팔지 못하면 소용없다. 잘만들고 잘파는 노력으로 국내시장을 석권한데 이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시그마컴에는 사용자와 노동자라는 개념이 없다.사장,팀장,직원이 한마음이 돼 노력할 뿐이다.투명경영을 통한 정확한 이익배분은 인화단결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지난 가을 전체 직원을 상대로 전체 주식의 10%에 달하는 스톡옵션을 나눠줬다.주사장은 “회사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익은 전직원에게 고르게 배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태한기자>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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