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뜨겁다]'노무현 직격탄' 술렁이는 여권

  • 입력 2000년 12월 22일 18시 44분


민주당의 신임 김중권(金重權)대표를 ‘지도자 자격이 없는 기회주의자’라고 몰아붙인 노무현(盧武鉉)해양수산부장관의 발언이 당내에 길고 깊은 파장을 던지고 있다.

그러나 모두 공개적인 언급은 꺼리고 있다. 워낙 민감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김대표 "약주좀 드셨나본데…"▼

김대표도 22일 당4역회의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이 빗발치자 “허허”하고 웃으며 “내가 기회주의자인지 아닌지는 여러분이 잘 알 것이고…. 약주를 드시고 하신 말씀인데 이런 데서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만 말했다. 다만 김대표는 이날 아침 인천기독총연합회 초청 특강을 통해 노장관 발언에 대해 간접적으로 해명을 했다. 그는 “41세에 판사를 그만두고 11대 국회에 등원, 정치에 입문했으나 중요한 것은 언제 정치를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정치를 했느냐 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출신’이 문제가 아니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도와 ‘동서화합의 전도사’라는 각오로 임해온 자신의 노력을 봐달라는 얘기를 겸한 불쾌감의 표시였다. 남궁진(南宮鎭)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도 “장관은 우선 장관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경고했고 민주당의 김영환(金榮煥)신임 대변인도 “지역감정을 넘기 위한 김대표와 노장관의 노력은 모두 중요하다”고 중재에 나섰다.

이같은 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내 분위기는 여전히 심상치 않다. 노장관의 발언 직후 당내 일각에서는 김대표와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이 정권 출범 직후부터 거론해온 이른바 ‘호남―TK(대구 경북)연합론’과 ‘영남대표론’을 둘러싼 갈등의 시작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차기대선 겨냥 알력 관측도▼

차기 대선전략과 관련한 여권의 기류는 크게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김대표와 한최고위원의 ‘호남―TK연합론’ ‘동진(東進)정책’이란 이름에서 보듯 호남과 TK연합을 축으로 자민련을 끌어들여 정권을 재창출하자는 기류와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의 민주계와 한나라당 내 개혁세력까지 끌어들여 대선에 임해야 한다는 ‘민주연합론’이 그것이다.

그런데 김대표체제의 출범으로 ‘호남―TK연합론’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김대표가 부상하자 여권 내 PK(부산 경남)대표를 자임하는 노장관이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노장관 발언 파문을 여권의 차기 대선전략과 관련한 알력의 표출로 보는 것이다. 여권 내에서 김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이처럼 노골적인 반발은 일찍이 없었다는 점에서 김대통령의 ‘발 밑’에서부터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이 시작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위기론까지 들먹여지고 있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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