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김태환 LG감독 '용병술의 귀재'

  • 입력 2000년 12월 11일 18시 28분


‘아직도 보여줄 게 많습니다.’

LG 세이커스가 파죽의 3연승(12승3패)으로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탈락(7위)으로 사령탑 교체의 내환을 겪었던 LG로서는 엄청난 변화. 그 중심에 선 인물이 바로 김태환감독(50)이다.

김감독의 별명은 화려하다. ‘우승 청부업자, 승부의 화신, 우승 전령사’ 등.

하지만 정작 김감독은 이런 찬사가 부담스럽다. 정상에 오르기까지 자신과 선수들이 흘린 땀과 눈물에 대한 정당한 평가라기보다는 오로지 성적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것. 그러나 2라운드가 채 끝나기도 전에 정규리그 1위에 오른 것은 김감독으로서도 실감이 나지 않을 만큼 빠른 질주인 것만은 사실. 하지만 “지난 시즌 최강팀들인 SK와 현대의 부진에 따른 어부지리”라는 말에는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나올까. 바로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철저한 분석과 30년 지도자 생활에서 나온 풍부한 경험이다.

김감독이 전술면에서 불러일으킨 변화의 바람도 거세다. ‘높이’가 가장 중요하다는 농구에서 10개 구단중 최단신팀을 이끌고 유일한 100점대 득점을 기록중인 것이나 장신 센터를 발이 빠른 단신 선수로 마크하게 한 것 등은 농구인들이 “교범을 다시 써야겠다”고 할 정도. 또 하나는 선수의 능력을 극대화시켜 주는 용병술. ‘LG에는 베스트 5도 없고 식스맨도 없다’는 말처럼 베스트 5의 고정된 틀에 얽매이기보다는 다양한 상황에 따라 전 선수들을 적절히 활용했다.

김감독은 이를 위해 선수에 맞는 기술을 찾아내 최소 6개월 정도 이를 익히게 했고 위기 때마다 이들을 활용하며 톡톡히 재미를 봤다.

이 덕분에 동양에서 별볼일 없이 지내던 조우현은 득점력 갖춘 가드로 변신하며 ‘공격루트 다변화’란 김감독의 의도를 뒷받침했고 지난 시즌내내 단 5분23초만 뛰었던 배길태는 올들어 11일 현재 75분이나 뛰며 새로운 성공 신화를 만들고 있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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