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정은숙/'문화-경제충돌' 시의적절한 기획

  • 입력 2000년 12월 8일 18시 31분


‘시장논리’ ‘경제논리’라는 말이 횡행하는 시대다. ‘문화논리’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우리 삶에서 문화의 가치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미미하다. 최근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그나마 얼마 되지 않던 정부의 문화 지원에도 주름이 잡히는 듯하다. 한편으로 공적자금이 수조원씩 낭비됐다는 보도를 접하면 이런 잘못된 문화관이 언제나 고쳐질 것인지 막막한 생각이 든다. 이런 점에서 5일자 A18면과 6일자 A14면의 ‘문화와 경제의 충돌’ 기사는 적절한 시기에 의미있는 기획기사였다고 평가할 만하다.

문화는 그저 잘 사는 삶의 액세서리가 아니다. 참된 문화는 삶을 삶답게 하는 장(場)이요, 자연과 함께 꾸려가는 새로운 삶의 진경을 열어줄 거의 유일한 방식이다. 이렇게 눈앞의 가치만 맹목적으로 좇으면 결국 닿을 것은 삶의 폐허뿐이다. 이런 점에서 ‘문화와 경제의 충돌’은 문예진흥기금의 문제, 도서정가제가 갖는 경제논리, 시장논리보다 더 상위의 개념 설정을 통해 문화의 모든 국면의 다의적인 의미를 잘 짚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개편된 문화면의 ‘동과 서의 벽을 넘어서’(4일자 A19면)는 편집자의 말대로 ‘문명간 대화’를 위해서 꼭 필요한 기획기사로 읽혔으며 화제의 시집을 출간한 유하 시인과 이광호 평론가의 좌담(7일자 A15면)도 깊이가 느껴지는 좋은 기사였다.

과학교육의 문제점이 부각되면서 7일자 메트로면의 ‘밤을 잃은 학원 1번지 르포’도 각별히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 사회의 지배적 정서는 여전히 공교육이 제대로 되는 것이 우선이고, 공부 잘하는 일부 학생보다 학업성적이 범상한 다수의 학생들에 대해 더 관심을 기울이는 교육을 선호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 비춰볼 때 어떤 특정 지구의 과열 과외양상을 르포 형식이기는 하지만 호의적으로 접근했다는 인상을 주는 방식으로 보도한 것은 문제가 있다.

특정 지구에서 과외를 받을 수 없는 다수의 사람들에게 ‘대치동의 과외시장 활황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소위 잘 나가는 학원강사의 예측을 아무런 논평 없이 보도하는 것이 과연 객관적인 보도인지도 의문이다. 공교육의 정상화에도 도움이 안되고 위화감까지 조성해 많은 사람들에게 슬픔을 주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

우리의 과학교육이 낙후된 것도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특히 암기 위주의 입시공부로 인한 창의력과 적응력, 상황에 대한 이해력 부족 및 공교육의 파행과 과외의 단타식 시험전략이 낳은 폐해에 대한 적절한 지적이 없어 아쉬웠다.

6일자 A31면의 ‘흔들리는 가정’ 기사는 경제위기로 인한 가정 붕괴를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이런 기사는 객관적 보도만으로도 사실을 이해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런 현상의 발생 원인과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기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치유책을 제시한 것도 적절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 은 숙(시인·마음산책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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