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시, 지방문화재 '우선후보' 결정

  • 입력 2000년 12월 7일 19시 06분


《승동교회, 동아일보 광화문 사옥, 경교장 등 서울의 유서깊은 건축물 7곳이 근대건축물로는 최초로 서울시 지방문화재로 지정된다. 해당 건축물은 외형을 그대로 보존하는 대신 내부 개보수 및 유지를 위한 비용을 지원받게 된다. 서울시는 7일 지난달 마무리된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역사적 가치가 큰 근대건축물 7곳을 지방문화재 ‘우선후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추진실태▼

지난해 10월 중구 을지로 국도극장 철거사태 이후 근대건축물의 무분별한 훼손을 막기 위해 서울시내 128곳의 근대건축물을 대상으로 분류작업을 진행했다. 엄밀한 조사결과 지방문화재 후보로 선정된 건물은 승동교회(1899년 완공·종로구 인사동), 동아일보 광화문사옥(1926년·종로구 세종로·현 일민미술관), 경교장(1938년·종로구 평동), 천주교 가회동교회(1949년), 공간사옥(1971년·종로구 원서동), 미국영사관저(1883년·중구 정동), 영국공사관(1892년·중구 정동) 등 7곳.

독립협회 출신의 기독교인들이 모여 세운 승동교회는 1919년 2월20일 전문학교 학생 대표들이 교회 지하실에 모여 3.1운동 계획을 논의했던 장소. 동아일보 광화문사옥은 한국 근대언론사의 초석이자 민주언론의 정신적 구심점이라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

경교장은 당시 금광부자였던 최창학의 개인주택으로 지어졌으며 해방 후 귀국한 백범 김구선생이 머물다 49년 안두희에 의해 암살된 역사의 현장. 덕수궁 돌담길 한쪽에 자리잡은 미국영사관은 한옥 기와집 형태로 정원에는 경주 포석정을 모델로 삼은 연못이 있다. 영국공사관은 로마네스크풍 2층 벽돌건물로 개화기 각국 공사관 건물 중 유일하게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건축가 고 김수근씨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공간사옥은 건립된 지 30년밖에 안됐지만 독특한 설계와 미적 감각으로 보존가치를 인정받았다.

▼향후 계획▼

이번에 지방문화재 후보로 선정된 7곳은 이달중 관보에 공고된 후 시문화재위원회의 최종심의를 거쳐 내년초 지방문화재로 정식 지정될 계획이다. 서울시는 또 현재 국회에 상정된 개정 문화재보호법이 통과되면 한국은행 별관, 서울시의회별관 등 근대건축물 30여곳을 ‘등록문화재’로 추가 지정할 방침이다.

등록문화재는 정식 지정문화재는 아니지만 학술적 역사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건축물을 대상으로 한다.

▼문제점▼

당초 서울시는 9월말까지 근대건축물들의 실태조사를 끝낸 뒤 연말까지 지방문화재와 등록문화재 지정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국도극장의 ‘사례’처럼 중요한 근대건축물이 하루아침에 철거되는 사태의 재발을 조속히 막기 위한 것. 그러나 건축물 현황파악과 실태조사가 2∼3개월씩 늦어지면서 지방문화재는 내년초에, 등록문화재는 내년 상반기로 지정작업이 늦어지게 됐다. 서울시관계자는 “일정에 차질이 빚어짐에 따라 ‘제2의 국도극장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며 “해당 건축물의 철거나 개보수 여부를 수시 점검하도록 일선구청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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