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진씨의 비자금 사용처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진씨측이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고검장 등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들을 접촉하면서 수임료로 7억여원을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진씨의 구속영장에는 판사 출신과 사법연수원을 거쳐 바로 개업한 변호사 등 2명의 변호인 이름만 기재됐고 검찰 출신 변호사의 이름은 없었다.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이들 거물 변호사는 수사팀에 전화를 거는 등의 방법으로 ‘은밀한 변론’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이 검찰에 선임계도 내지 않고 사건해결을 도모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변론이 아니라 불법 로비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문제가 커지자 엊그제 검찰 최고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가 진씨의 변호인을 사임했다고 검찰에 알려왔다는 보도가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한다. 선임계를 낸 적이 없으면서도 이제 진씨 사건에서 손을 뗐다고 검찰에 알린 이유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수사단계에서 검찰 출신 변호사들이 정식으로 선임계를 내지 않고 검찰 내 인맥을 통해 은밀하게 ‘변론’을 한 뒤 거액의 성공보수를 받아왔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모범을 보여야 할 이른바 거물급 변호사들의 그릇된 행태가 선량한 다수 변호사들의 이미지를 흐려놓는다.
변호사가 사건을 맡으면 변호사회를 경유해 검찰이나 법원에 위임장을 내도록 돼 있다. 그런데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으니 엄청난 돈을 받고도 세금은 한푼도 내지 않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은밀한 변론이 검찰의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수사초기 진씨 구명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됐고 이 때문에 시간여유를 갖게 된 진씨가 각종 증거를 은폐해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와 재야 법조인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번 사건의 진상을 파악해 변호사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중한 징계절차를 밟아야 한다. 또 검찰은 로비성 변론에 응하지 않는다는 자정선언과 함께 실천의지를 다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