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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2월 7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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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냐고 반문하겠지만 사정은 이렇다. 96년 현대의 창단 사령탑으로 취임한 김재박감독은 99년 2년 재계약을 해 올해로 임기가 끝이 난다. 그러나 김감독은 구단과 재계약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 단 한 번 앉아 보지도 못한 채 계약 기간이 끝나는 11월말을 넘겨 버렸다.
현대를 맡은 뒤 5년동안 두 번이나 팀을 정상에 올려놓은 김감독의 재계약 여부는 전혀 문제될 게 없지만 어쨌든 법적으로 현재 현대 감독은 ‘유고’ 상태다.
또 있다. 현대는 지난주 김용철코치와 신언호 2군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김용휘단장은 “감독과의 호흡이 맞지 않아 그랬다”고 해명했지만 우승팀에서 코치를 해임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왜 이렇게 됐을까. 문제는 그룹의 어려운 사정에서 비롯됐다. ‘한국 스포츠의 큰손’임을 자처해 온 현대는 최근 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스포츠단의 ‘군살빼기’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선수단 지원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았던 현대 야구단도 그룹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포스트시즌 중 강명구 구단주 대행이 공언했던 백두산 관광이 금강산으로 슬그머니 바뀐 것도 맥을 같이 한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올해 팀이 우승을 함에 따라 스타 선수들의 기대치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점.
15년만에 포수 홈런왕에 오르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가 된 박경완을 비롯, 30홈런―30도루의 박재홍, 타격왕 박종호에 다승왕 임선동 김수경 등 온통 특A급 연봉 인상 대상자다.
현대 그룹의 어려운 사정은 타 스포츠구단에서도 마찬가지.
열성팬을 보유한 남자 농구조차 모 기업인 현대전자의 매각설과 맞물려 곤욕을 겪고 있고 최근 부도가 난 현대건설이 갖고 있는 여자농구와 여자배구는 팀이 존폐의 위기에까지 몰려 있다.
반면 현대중공업의 프로축구단과 현대자동차써비스의 남자배구는 각각 MJ(정몽준)와 MK(정몽구) 소유로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편이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