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유로화 초강세…美 경제 둔화로 반등

  • 입력 2000년 12월 5일 15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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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경기호황을 누려온 미국경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속락해온 유로존의 단일통화 유로화 가치가 치솟고 있다.

유로는 5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 현재 88.68센트에 거래되고 있다.

유로는 앞서 4일 런던외환시장에서는 장중 한때 유로당 89.32달러를 기록하는 등 지난 9월 유럽중앙은행(ECB)이 서방선진 7개국(G7)과 함께 시장에 개입한 이후 2개월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이어 열린 뉴욕외환시장에서도 유로화 가치는 88.96센트로 89센트대에 접근하는 등 2주 연속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유로화는 작년 1월 출범 이후 추락세를 지속, 한때 유로당 82센트대까지 폭락했었다.

◆유로화 왜 오르나=유로화의 강세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추정되는 등 미국의 경기 둔화조짐이 뚜렷해진 탓이 크다. 때맞춰 미국경기의 경착륙 경고가 잇따라 나온 것도 유로화의 가치를 부양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와함께 북해산브렌트유를 비롯 서부텍사스중질유(WTI) 등 국제유가가 30달러대 초반에서 움직이는 안정세를 보이는 것도 유로화 회복을 도모하고 있다.

이밖에 일본의 경기회복이 전문가들의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디게 진행되는 것도 달러화와 함께 세계의 양대 기축통화인 유로화의 가치를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유로화 가치 상승의 의미=국제금융시장의 심화되고 있는 왜곡현상을 상당 부분 해소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경제의 둔화조짐과 세계증시의 불안 등으로 세계금융시장은 지금 미국 10년물 정부채권에만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미국채권을 매입하기 위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달러화 가치는 날개를 단 듯 치솟는 반면 상대적으로 유로 엔 등 주요 통화는 물론 다른 로컬통화들도 약세를 보여왔었다.

달러화의 지나친 강세는 상대국의 자산가치 하락은 물론 거시경제 측면에서 디플레를 야기하는 직접 원인을 제공, 세계경제 불황의 단초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유로화의 가치 회복은 유로존의 경기부양은 물론 증시의 회복 등을 유도해 동남아 등 다른 지역의 경기 활성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리만 브러더스의 외환 분석가 러셀 존스는 "미국의 각종 경기지표가 단기적으로 유로화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제하며 "미국의 경기둔화는 유럽에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일단은 유럽경제에 긍정적인 면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전망=단기적으로 유로화가 유로당 90센트대로 발돋움할 지가 주목된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오는 8일 발표되는 실업률의 수준에 따라 외환시장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로는 실업률이 올라가는 추세여서 유로화의 완만한 강세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오는 19일 미 연준리(FRB)가 올해의 마지막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통화정책을 현재의 '긴축'에서 '중립'으로 바꿀 경우에는 유로의 랠리는 상당 기간 계속될 수 있도 있다는게 대다수 전문들의 견해이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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