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논쟁은 늘 죽음이, 나아가 삶이 무엇이냐를 생각하게 한다. 네덜란드에서 최초로 안락사 법이 통과되면서 논란은 다시 불붙고 있다. 찬성측은 말기암과 같은 불치병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그가 존엄을 지키며 임종을 맞도록 하자고 한다. 생명연장은 기쁨이 아니라 인격모독일 뿐이며, 환자 가족 의료진 병원 사회에 부담만 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반론은 거세다. 신성한 사람 목숨을 끊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한다. 안락사가 합법화되면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은 죽음이 ‘선택’이 아니라 ‘의무’가 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세계적으로 논쟁이 매듭지어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도 주사 등으로 목숨을 끊는 불법 안락사는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인공호흡기를 떼는 식의 수동적 조처말고도. 그래서인지 네덜란드조차도 그 허용 요건은 엄격하다. 말하자면 약자가 ‘죽임’당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안락사 요구 환자가 정신적으로 온전할 것, 그 요구를 반복해서 말할 것, 다른 의사에게도 물어볼 것, 회복불능일 것, 고통을 견딜 다른 방법이 없을 것 등등을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다.
▷늦가을 가로수에서 낙엽이 진다. 더러 낙엽을 쓸다가 나무를 흔드는 이도 보게 된다. 나날이 떨어지는 귀찮은 잎을 일거에 치우려는 것이다. 한 시절 무성했던 생(生)을 인위적으로 단순처리하는 방식이 안락사를 생각하게 한다. 이래 저래 쓸모없게 된 거추장스러운 ‘존재’를 걷어내는 편리한(?) 행위들. 어쩐지 어색하고 애잔하다. 그리고 불현듯 사람목숨을 봄이 오면 다시 필 낙엽의 무게에 견주는 내가 우습다.
<김충식논설위원>seesch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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