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화순 전인철씨, 광주 사는 모친 35년만에 상봉

  • 입력 2000년 11월 23일 00시 22분


“어머님 이렇게 가까이 계셨는데도 만나는데 35년이 걸렸습니다.”

“얼마나 애타게 찾아 헤맸는데 이제야 얼굴을 보게 되는구나.”

35년 전 부모 형제와 헤어진 전인철씨(42·전남 화순군 도암면)는 20일 밤 화순경찰서 민원실에서 어머니 박동엽씨(69·광주 서구 화정동)와 상봉의 기쁨을 누렸다.

전씨가 가족과 생이별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인 1965년. 전씨는 동생 기철씨(39·광주 서구 쌍촌동)와 함께 목포 외갓집을 찾아갔으나 길을 잃고 목포역을 배회하다 자신은 유달보육원에, 동생은 소망고아원으로 보내졌다.

동생은 당시 고아원 원장의 도움으로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으나 전씨는 자신의 집주소나 위치를 기억하지 못해 ‘고아 아닌 고아’가 됐다.

전씨는 고아원을 나온 뒤 미장일을 배워 화순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렸지만 헤어진 부모 생각에 눈물로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전씨의 딱한 사정을 안 전씨의 장인은 경찰에서 헤어진 가족을 찾아주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난달 신청서를 제출했다.

화순경찰서는 전씨가 기억하는 동생 이름을 토대로 주민조회를 해 1개월여만에 어머니와 동생이 광주에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날 만남의 자리를 만들어줬다.

한편 광주 전남지역에서는 올들어 경찰의 도움으로 38명이 헤어진 가족과 만났다.

<화순〓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