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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19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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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디캡이 싱글에 가까운 12라고 주장하지만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함께 라운딩을 했던 프로골퍼는 핸디캡만큼 ‘멀리건’을 줘야 했다고 투덜거렸다. 멀리건은 잘못 쳤을 때 벌점 없이 한번 더 치는 것을 말한다. 클린턴 대통령은 최근 골프 다이제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골프는 여러 면에서 인생을 닮았다. 골프는 자신과 경쟁을 하는 경기다. 골프에서 속임수를 쓰면 인생에서 스스로를 속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골프 치는 것을 보면 골프장 바깥 세상에서 그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클린턴의 삶도 그의 골프를 닮았다. 대통령 집무실 바로 옆방에서 젊은 여직원과 밀회를 하다 들통나 국회에서 탄핵당할 위기에 몰렸다가 겨우 멀리건을 받았다. 자존심 강한 힐러리로부터 멀리건을 받기까지 어떤 모습으로 빌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미국인들은 르윈스키 스캔들 같은 것은 벌써 잊어버렸다. 재임 8년 동안 전무후무한 장기 호황을 누렸으니 멀리건을 줄만도 하다.
▷내년 1월에 물러나는 그는 국제평화를 위한 중재활동을 하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처럼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나라에 대통령이 둘이어서는 안된다”며 “절대로 후임 대통령에게 방해되는 일은 안하겠다”고 다짐한다. 전직 대통령의 자동차 트렁크에 오줌깡통보다 골프클럽이 실려있는 것이 훨씬 보기에 좋겠지만 핸디캡 12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직 대통령 시절처럼 관대한 멀리건을 받기는 어려울 테니까. 여러 면에서 골프는 인생살이를 비추는 거울이다.
<황호택논설위원>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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