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득헌/땅 한 평 사기 운동

  • 입력 2000년 11월 15일 18시 51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 용인 주민과 시민단체 대표들이 엊그제 이런 이름의 기념비를 용인 대지산 기슭에 세웠다. 단지 100평의 산을 사들인 행사에 기념비가 어인 일인지 싶지만 실은 그렇지가 않다. 주민의 푸른 생활 공간인 대지산을 무계획적 개발에서 보호하자는 취지로 전개된 땅 한평사기 운동의 첫 결실이기 때문이다. 기념비는 주민 참여의 결실이 2차, 3차로 계속될 것임을 다짐하는 것이다. 아름답다 할만하지 않은가.

▷대지산 땅 한평사기 운동이 시작된 것은 9월이었다. 마구잡이 택지개발에 신음하는 녹지와 산을 보존하기 위해 주민과 시민단체가 정부에 그린벨트 지정 청원을 낸 뒤 땅 매입을 위한 모금에 나섰다. 229명이 참가한 1차 모금 운동에는 특히 ‘과천공동육아 어린이집’의 어린이도 참여했다. 어린이집의 한 교사는 어린이들의 쉼터가 사라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동참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어느 것 하나 어린이들의 자연학습에 필요하지 않은 게 없다고 했다.

▷아무튼 대지산 살리기 운동은 주민이 주축이 된 마을과 동네의 환경 가꾸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참여로 삶의 터전을 넉넉하게 할 수도 있다는 실례를 보여준 셈이다. 지역의 자연을 알고 가꿔서 환경적 가치를 높이겠다는 운동은 우리나라에서도 생소하지는 않다. 1994년 광주지역 시민단체들이 시작한 무등산 공유화 운동도 크게 보면 그에 속한다 할 수 있다. 지역의 환경 운동 동참은 ‘국민 자산’ 보존을 목적으로 하는 소위 내셔널 트러스트(국민신탁) 운동의 확산 계기도 될 수 있다.

▷보존할 만한 가치에 대한 평가는 있을 수 있지만 훼손된 자연의 원상회복은 어렵다. 비경의 동강이 보존되고 생태계가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도 그에 따른 것이다. 지역 환경 살리기이든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이든 중요한 것은 시민의 참여이다. 1000만원을 한 사람이 내는 것과 1만원을 1000명이 내는 것은 모금액은 같다 해도 어느 쪽이 환경을 가꾸고 보존하는데 실효가 있겠는가.

<윤득헌논설위원>dh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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