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捏造(날조)

  • 입력 2000년 11월 14일 18시 32분


捏―주워모을 날 模―본뜰 모 釀―술빚을 양 鑄―쇠불릴 주 僞―거짓 위 巡―순행할 순

인류의 文明發達史는 알고 보면 두 손을 사용해 끊임 없이 ‘만들어’ 온 역사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끊임 없이 그 ‘만드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물건을 만들고,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등 製造 또는 創出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만드는’ 방법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아예 없던 것을 최초로 만들면 創造(창조)가 되지만 겉모습만 살짝 바꾸면 改造가 되며 베껴서 만들면 模造(모조)가 된다. 기존의 모습을 바꾸어 만들면 變造가 되며 빚어서 만들면 釀造(양조), 쇳물을 녹여서 만들면 鑄造(주조)가 된다. 또 가짜를 진짜와 비슷하게 만들어 구별하기 힘든 경우라면 僞造가 되며 있지도 않은 사실을 마치 있는 것처럼 만들면 捏造(날조)가 된다. 모두 옳은 행위는 아니다.

그 捏造로 인해 역사가 바뀐 경우가 있다. 중국 최초로 통일제국을 이룩한 秦始皇(진시황)은 그 榮華를 천년만년 누리고자 不老草를 구하는 등 별의 별 방법을 다 동원해 보았지만 결국 환갑도 못 넘긴 50살이라는 나이로 夭折(요절)하고 말았다. 지방을 巡狩(순수)하다 沙丘(사구)라는 곳에서 병이 나 죽게 된다.

죽음을 예감한 그는 몰래 승상 李斯(이사)를 불러 密書(밀서) 한 통을 전한다. 焚書坑儒(분서갱유)를 諫(간)했다 하여 北方으로 귀양보냈던 太子 扶蘇(부소)를 급히 불러 繼位(계위)토록 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李斯는 宦官(환관) 趙高(조고)와 함께 이 사실을 극비에 부친 채 도읍 咸陽(함양)으로 향했다. 평소 扶蘇와 사이가 나빴기 때문에 그가 繼位하게 되면 자신들이 위태로울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때마침 한여름이라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하자 수레에 일부러 썩은 생선을 실어 위장토록 했다.

결국 扶蘇에게는 죽음을 내리고 어린 왕자 胡亥(호해)를 태자로 세운다는 내용으로 유언을 捏造하게 된다. 秦始皇의 죽음을 전혀 알지 못했던 扶蘇는 땅을 치고 통곡하면서 마침내 死藥(사약)을 마시고 죽는다.

이후 朝廷은 환관 趙高의 수중에서 놀아나고 머지 않아 秦나라는 망하고 만다. 유명한 ‘指鹿爲馬’(지록위마)라는 故事는 이 때 나왔다. 그러니 秦의 滅亡은 詔書(조서)의 捏造와 무관하지 않은 셈이다.

日本의 한 고고학자가 구석기 유물을 捏造했다 하여 문제가 되고 있다. 감히 歷史를 捏造하려 한 것이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478sw@email.hanyang.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