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선택2000/의회선거]이색 당선자-낙선자

  • 입력 2000년 11월 8일 23시 40분


7일 미국 대통령선거와 함께 치러진 연방 상하원 선거에서는 특이한 당선자와 뼈아픈 낙선자가 속출했다. 죽은 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물리친 것 같은 묘한 결과가 미주리주에서 일어났다. 지난달 16일 경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진 민주당 멜 카너헌 전 주지사가 공화당 존 애시크로프트 현 상원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미주리주 선거법상 선거일이 임박해서 후보가 숨지면 후보를 교체할 수 없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사망한 후보에게 표를 던질 수 있으며, 이는 그의 정당에 던진 표로 간주돼 미주리 주지사가 민주당 내에서 승계자를 지명하게 된다. 미주리 주지사는 선거전 카너헌 전 주지사의 부인 진 여사를 승계자로 미리 선언했으며 진 여사도 이를 수락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존 코르진(민주)은 미국 선거사상 2인 후보가 경합한 지역구에서는 사상 최고의 선거비용인 6000만달러(약 660억원)의 선거비용을 들인 끝에 뉴저지주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그에게 패한 4선의 공화당 후보 밥 프랭크스는 자신은 코르진이 투입한 선거비의 10% 정도만 썼을 뿐이라며 ‘돈 선거’를 비판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조지프 리버맨 민주당 부통령 후보는 코네티컷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해 ‘양다리 걸치기’에 성공했다. 앨 고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그는 부통령 취임을 위해 상원의원직을 내놓아야 했다. 그는 대선에만 전념해야 한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만일 상원의원 출마를 포기했다면 무직자가 될 뻔 했다.

화제의 낙선자도 많다. 최대의 격전지였던 플로리다주에서는 98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탄핵에 앞장서 ‘백악관의 살생부’에 올랐다는 설이 나돌던 공화당 빌 매컬럼 의원이 결국 민주당 빌 넬슨 후보에게 패했다.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의 사위인 민주당의 찰스 롭 버지니아주 상원의원은 공화당의 조지 앨런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다. 델라웨어주에서 6선 상원의원에 도전한 윌리엄 로스 후보(79·공화)는 그의 고령을 우려한 유권자들이 등을 돌려 30년만에 상원을 떠나게 됐다. 그는 선거기간 초반 우세를 지켰으나 유세 도중 공석에서 2차례나 넘어져 결국 건강이 결정적인 패인으로 작용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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