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 대통령 선거와 한반도

  • 입력 2000년 11월 8일 23시 40분


미국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와 앨 고어 부통령간에 유례 없는 접전이 벌어진 제43대 대통령 선거가 플로리다주의 부재자투표 개표와 검표문제로 8일밤 늦게까지 당선을 확정짓지 못했다.

플로리다주는 당초 부시후보가 박빙의 승리를 거둬 선거인단 25명을 확보,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것으로 보도됐으나 후보간 득표 격차가 0.5% 이하일 경우에는 검표를 한다는 규정에 따라 검표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당장은 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지 미정인 상황이다.

그러나 그동안 두 후보가 내세운 공약을 보면 지금까지 미국이 추구해 온 대내외 정책의 큰 틀과 원칙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부시 진영도 빌 클린턴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유일 초강대국의 위치에 적합한 외교 국방 정책을 추구하면서 공정한 세계무역질서와 자유무역체제를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약했다.

다만 부시 진영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힘을 위주로 한 외교’나 ‘군사력 강화’를 강조한 사실을 감안하면 그가 당선될 경우 국제사회에서 더욱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하기 위한 정책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아무래도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다. 고어후보가 당선될 경우 현재의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부시 진영은 그동안 클린턴 행정부가 추진해온 대북(對北)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게 사실이다. 핵이나 미사일 등 대량 살상 무기를 개발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좌절시켜야 한다는 것이 부시 진영의 주장이었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제네바회담, ‘페리 프로세스’ 등을 통해 줄곧 북한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온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어떻게 수용, 여과해 나갈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현재로서는 고어후보가 당선될 경우와 비교하면 대북 정책에 얼마간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로서는 당장 클린턴대통령의 평양 방문 문제가 이번 대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받을지 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지금은 한반도 정세가 워낙 미묘한 시기다. 역사적인 남북한간의 화해와 협력 그리고 북한과 미국간의 반세기에 걸친 적대 관계 청산이 이뤄지고 있다. 만일 미국의 대북 정책이 조금이라도 바뀐다면 그것은 북―미관계뿐만 아니라 남북한 관계에도 파장이 미치기 마련이다. 미국에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한미 공조관계가 굳건히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정부는 누가 백악관의 주인이 되든 기존의 공조 체제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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