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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7일 20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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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두 사람은 여권실세의 개입여부에 대해 상반되는 주장을 했다. 정씨는 이씨로부터 여권 실세를 많이 알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거기에는 민주당 권노갑(權魯甲)최고위원과 김홍일(金弘一)의원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정씨는 “이씨가 신양팩토링 대표 오모씨를 통해 고위층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며 상황설명까지 했다. 그러나 이씨는 “정씨는 거짓말을 잘 한다”며 이를 부인했다.
금융감독원 로비에 대해서도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다. 정씨는 이씨로부터 이용근(李容根) 전 금감위원장을 한국디지탈라인 회장으로 모시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해 금감원 고위간부들에 대한 로비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씨는 또 이씨에게 로비용 백지수표를 전달했다고 증언했으나 이씨는 그런 일이 없다고 잡아뗐다.
정씨와 이씨의 주장이 엇갈리는 것은 물론 일부 증언은 검찰의 수사 브리핑 내용과도 차이가 난다. 검찰은 그동안 사설펀드에 가입한 사람들이 대부분 차명(借名)을 사용해 실명 확인작업이 어렵다고 밝혔으나 정씨는 거의 실명으로 모집했다고 말했다. 펀드를 조성할 때 ‘큰 것’은 이씨를 통해 들어왔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씨가 비교적 일관된 주장을 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씨가 검찰에서는 어떤 진술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는 검찰에 출두하기 전부터 이씨가 유력인사 로비와 펀드가입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씨는 중요한 대목에서 말을 바꾸거나 아예 입을 다물고 있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씨 측보다는 정씨 주변 수사에 비중을 두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더군다나 정관계(政官界) 로비를 맡아온 것으로 의심되는 동방금고 유조웅 사장과 신양팩토링 대표 오씨 등 이씨의 측근들이 잇따라 해외로 도피했고 이 전 금감위원장도 지난달 말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의 도피방조 의혹을 벗기 위해서도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분명히 가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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