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백형찬/어린이 보육교사 자질 검증해야

  • 입력 2000년 10월 31일 18시 59분


27개월 된 어린이가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고 해서 어린이의 얼굴을 때리고 제도용 컴퍼스로 발바닥을 40여 군데나 찔러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힌 놀이방 원장 때문에 부모들이 경악과 충격을 금치 못한 적이 있다.

우리는 그런 행위를 저지른 놀이방 원장을 성토하기에 앞서 교사의 자질이 없는 사람에게 교사자격증을 줘 영 유아를 보육하도록 하는 잘못된 보육교사 양성정책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는 점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는 정규교육기관에서 일정한 과정을 이수한 사람에게만 ‘교사’라는 명칭과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 지금처럼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이나 사설 보육교사교육원에서 단기과정으로 양성되는 사람들에게 ‘보육교사’라는 명칭과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교육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합당치 못하다. 이런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에게는 별도의 명칭(예컨대 ‘보육사’)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보육시설 근무자를 양성하는 기관에서는 입학전형을 할 때 의무적으로 표준화된 ‘교직적성검사’를 실시해 보육교사로서의 자질을 갖춘 사람을 선발해야 한다.

셋째, 현재 보육시설에 근무하고 있는 보육교사들에게 국가재정으로 ‘보육교사 재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해 줌으로써 보육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넷째, 보육교사교육원의 질을 높이기 위해 ‘평가인정제’를 도입해 프로그램 및 시설, 인적자원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인정을 받는 기관만 교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다섯째, 어린이의 보육과 교육은 궁극적으로 통합돼야 한다. 현재 보육(어린이집, 놀이방 등)은 보건복지부에서, 교육(유치원)은 교육부에서 맡고 있기 때문에 영 유아의 복지 및 교육정책이 심각할 정도로 혼선을 빚고 있다. 보육과 교육의 통합은 세계적인 추세다.

잘못된 보육교사 양성정책이 바르게 고쳐지지 않는 한 컴퍼스로 아이의 발바닥을 찌르는 제2, 제3의 놀이방 원장은 계속해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백형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유아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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