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s]일본 퓨전 재즈의 선봉 Casiopea

  • 입력 2000년 10월 26일 15시 58분


◇ 팝과 록재즈의 신나는 결합

음악은 사람을 기쁘게 해주는 마력을 갖고 있다. 들으면 신이나고 몸이 흔들흔들거려지는 경쾌함. 이런 음악이 우리가 갖고 있는 음악에 대한 갈증을 모두 해소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스트레스를 받을 때나 머리 속이 복잡한 생각으로 꽉 차있을 때 시원스레 즐길 만한 것은 신나는 음악이다.

강렬한 일렉트릭 악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통쾌함과 짜릿함. 여기에 퓨전 재즈의 그루브를 더하면 금상첨화. 이런 음악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그룹은 단연 T-Square와 Casiopea. 이들의 공통점은 일본 그룹이자 남성만으로 이루어진 그룹이며 2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퓨전 재즈계의 두 선봉이라는 점. 하지만 둘 중 음악으로 더 친근한 그룹은 아마도 카시오페아(Casiopea)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의 곡 'Trance Evolution'이 현재 모 방송국 스포츠 프로그램의 타이틀 음악으로 사용돼 우리에게 매일 들려지기 때문이다.

1979년 결성된 이 그룹은 [Casiopea]라는 셀프 타이틀로 Thrill, Speed, Technique을 모토로 삼고 연주활동을 시작했으며 기타리스트인 이세이 노로(Issei Noro)와 키보디스트 미노루 무키아야(Minoru Mukaiya)가 창단 멤버. 1980년 천재 드러머라 일컬어지던 아키라 짐보(Akira Jimbo)가 영입돼 라이브에 있어서 가히 최고의 연주력을 과시하면서 8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1989년 아키라 짐보와 창단 베이시스트 테츠오 사쿠라이(Tetsuo Sakurai)가 팀을 탈퇴하면서 그들의 전력에 많은 손실이 생겼다.

그러나 1990년 베이시스트 요시히로 나루세(Yoshihiro Naruse)를 영입, 대규모의 월드 투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면서 밴드는 다시 절정기를 맞게 된다. 현재 3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카시오페아의 음악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은 대부분 듣기 편한 멜로디 라인에 실린 강렬한 기타 소리와 경쾌한 리듬에 매료된다. 밴드가 기타 위주로 운영된다고 생각될 만큼 기타가 차지하는 부분이 막강하기 때문에 밴드의 기타리스트 이세이 노로가 밴드의 성공을 이끌어 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그러나 이 밴드는 그룹으로서 그리고 개인으로서 각각 뛰어난 연주 실력을 갖고 있어 다른 음악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들이 일본 뿐 아니라 세계에서 인정 받을 수 있는 이유도 이런 뛰어난 기량을 가진 멤버들이 그룹을 만들어가기 때문일 것이다. 재즈가 미국에서 발생한 음악이며 대부분의 걸출한 재즈 뮤지션은 미국에서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퓨전재즈 뮤지션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일본의 야마하로 대변되는 악기 기술의 발달과 야마하의 시장 점유를 통해 독특한 일렉트릭 악기의 연주가 성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시오페아 같은 퓨전재즈의 선봉이 탄생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으며, 우리는 그들의 기계가 연주하는 듯한 오차 없는 리듬연주와 자유분방한 하이테크놀로지의 사운드를 맘껏 감상할 수 있게 됐다.

◆ 3인의 Casiopea + α

1957년 1월 1일에 태어난 이시 노로는 중학교 때부터 기타를 잡기 시작해 고교시절 자신이 결성한 아마츄어 밴드로 콘서트 활동을 시작했다. 야마하 밴드 콘테스트를 계기로 1979년 첫 앨범을 발표한 그는, 일본의 음악잡지 'Adlib'에 3년 연속 최우수 기타리스트에 선정된 바 있으며 리 리트너, 하비 메이슨, 비비킹 등 외국 뮤지션과의 공연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확립했다.

[Sweet Sphere](1985), [Diva](1989), [Top Secret](1996) 등 솔로 앨범을 발표하고 다른 뮤지션들의 프로듀서나 스튜디오 세션으로 활약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1990년부터는 동경 음악대학에서 강사로 재직, 학생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 스승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뛰어난 마술 실력도 갖고 있는데, 미국 마술 협회의 명예회원으로 등록됐을 정도.

클래식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동기생이었던 이시 노로의 권유로 카시오페아를 결성한 미노루 무카이야. 야마하 콘테스트에 참가한 인연으로 카시오페아의 일원이 돼 20년 음악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탁월한 테크닉과 자연스러운 음색을 만들어내는 그도 이시 노로처럼 자신의 솔로 앨범을 발표했으며, 라이브 공연시에는 MC를 맡을 만큼 코믹한 화술로 청중을 사로잡는 재주를 갖고 있다.

최근에는 NHK 교육 TV '텐즈 네트워크'라는 프로그램의 사회자로도 출연하고 있으며 게임 소프트웨어 '삼국지 2'의 음악을 담당하는 등 적극적으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1990년부터 그룹에 합류한 베이시스트 오시이로 나우시. 비틀즈가 출연한 영화 'A Hard Day's Night'을 보고 음악에 눈을 떴다는 그는 카시오페아의 가장 맏형뻘이다. 올해 51살인 그가 기타를 잡은 것은 15살 무렵. 1990년까지 7장의 솔로 앨범을 발표한 그는 자신의 밴드를 이끌며 연주활동을 했고, 리 리트너, 죠지 듀크, 래리 그래험, 샐리나 죤스 등 유명한 외국 뮤지션들과 협연을 하는 등 다른 멤버들 못지않게 다채로운 경력을 갖고 있다. 카시오페아에 합류한 이후 그룹 활동과 함께 이세이 노로처럼 동경 음악대학에서 강사로서 재직 중이다.

리듬 파트에서 베이스와 쌍두마차를 이루는 것은 드럼. 1980년부터 9년간 일본의 천재 드러머 아키라 짐보가 활약한 카시오페아는 엄청난 라이브 실력을 발휘하면서 80년대 최전성기를 이루었고 매년 한 장의 앨범을 발표할 정도로 왕성하게 연주활동을 했다. 짐보가 빠진 90년대 카시오페아는 여러 객원 드러머와 함께 연주했는데, 밴드의 20주년 기념 앨범에는 짐보가 특별히 가담, 음악으로 다져진 탄탄한 우정을 과시했다.

◆ [Casiopea]에서 [20th]까지

첫번째 앨범 [Casiopea](1979)를 시작으로 L.A.에서 녹음한 다섯 번째 앨범 [Eyes Of The Mind](1981), 그들의 최초 라이브 앨범이자 일곱 번째 앨범인 [Cross Point](1982), 리 리트너, 하비 메이슨, 네이선 이스트, 돈 그루신과 협연한 여덟 번째 앨범 [Four By Four] 등 지금까지 서른 한 장의 정규 앨범 발표하고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라이브 공연을 해오고 있는 카시오페아. 그들은 90년대 들어서 새롭게 정비한 라인업으로 [Asian Dreamer](2장의 CD 중 한장만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다.), [Freshness], [Flowers], [Light & Shadows], [Be], [Material] 등 각기 다른 제목을 가진 앨범들을 매년 발표하면서 발전된 모습으로 그들만의 창조적인 퓨전 재즈를 들려주고 있다.

최근 밴드 결성 20주년을 맞이해 2장의 CD로 발매된 [20th]. 1999년 10월 일본 하비야에서 가진 라이브 공연을 담은 이 앨범에는 일본인 특유의 정확한 맞춤 연주와 한층 성숙한 그들의 연주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돼 있다.

첫번째 CD 'History'에는 총 5트랙이 수록돼 있는데, [Material](1999)에 수록된 곡 4곡과 과거에 발표했던 곡 20곡을 메들리로 엮어 40여분 동안 연주한 트랙이 실려 있다. 라이브 공연에서 40여분을 쉬지 않고 연주한 이 트랙이야말로 카시오페아의 신들린 연주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간간이 들려오는 팬들의 함성소리도 그들의 사기를 북돋운다.

두번째 CD 'With Guests'는 카시오페아를 거쳤던 연주인들과 현재 멤버들이 함께 하는 열연의 장으로 80년대 그들의 전성기 라인업의 향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그룹의 첫번째 베이시스트 테츠오 사쿠라이와 90년대 이후 그룹의 베이스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요시히로 나루세의 합작 연주는 감탄을 연발하게 한다.

혹자는 이들의 음악이 한결같이 똑같다고 말한다. 이것은 밴드에서 기타를 맡고 있는 이시 노로가 혼자 전 곡을 작곡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음악이 재즈의 스윙감을 거의 느끼기 힘든 힘찬 록의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퓨전재즈의 범주에 이들을 포함시키지 않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통일된 멜로디 속에서 흘러나오는 솔로 연주는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으며 듣는 이를 잠깐 동안의 환상에 빠지게 할 만큼 훌륭하다는 사실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더 중요하게는 이들이 음악에 있어서 하나의 스타일을 뿌리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

1996년 2월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일본 그룹 중 처음으로 한국에서 내한 공연을 가졌던 그들. 공연 유치 단계부터 많은 잡음과 반일 단체들의 반대 속에서 공연장 정문에 커다란 포스터 하나 붙이지 못한 채 조용히, 그렇게 공연은 시작됐다. 그 가운데 빨강, 파랑, 노랑 등 원색의 단조로운 쟈켓을 입은 인자한 인상의 아저씨들 4명은 박력있는 사운드를 빚어냈으며 공연장을 뜨겁게 달구면서 관객들의 커다란 환호를 받았었다. 하지만 음악적으로 충분히 가까워질 수 있고 그들의 내한 소식이 핫 이슈가 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 다음날 그들은 조용히 우리 나라를 떠났다. 4년 전과 지금은 많은 변화가 있다. 다양한 일본 음악들이 우리 나라에 전해지고 있고, 일본 음악인들의 공연도 개최되고 있으니 말이다.

독특한 W자 모양으로 알려진 별자리 카시오페아(Cassiopeia). 더운 여름이 가고 서늘한 가을이 되면 북쪽 하늘에 높이 떠 있는 카시오페아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름의 그룹 카시오페아. 왜 이들이 카시오페아라는 이름을 갖게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이름 속에는 카시오페아 자리처럼 독특하고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눈에 잘 띄는 친숙한 그룹이 되고자 하는 세 멤버의 염원이 담겨있는 듯하다. 대중과 호흡하는 퓨전재즈를 표방해온 그룹 카시오페아, 그들의 20년 남짓한 음악 세계가 낳은 산물로 많은 사람들이 신나게 살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김효정 coolyang@tubemusic.com

기사제공 : 튜브뮤직 www.tubemus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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