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장애인합창단 26일 두번째 정기공연

  • 입력 2000년 10월 25일 18시 42분


“즈거…운 고에…서는 나오라 하지마….”(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지만)

여섯살 난 혜정이도, 마흔 넷의 송경수씨도 남들이 알아듣기 힘든 소리로 노래를 하지만 1주일에 서너번 있는 합창 연습 때만 되면 행복하기 그지없다. 이들은 경기 고양시 일산구 탄현동 홀트 일산요양원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 280명의 장애인 중 치열한 경쟁을 뚫고 요양원 내 합창단인 ‘영혼의 소리로’의 단원으로 뽑혀 정기 공연을 앞두고 있기 때문.

26일 오후 6시30분부터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동아일보 후원으로 열리는 두번째 정기 공연을 하루 앞둔 25일 오후. 자원봉사로 지휘를 맡은 박제응씨(36)와 반주자 허진경씨(33·여)의 지도로 실제 공연과 다름없는 긴장감 속에서 리허설이 진행됐다.

이들이 정기 연주회에서 부를 노래는 이탈리아어 원곡을 포함해 모두 20곡. 정신지체를 앓아 한글이나 악보를 읽을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반복을 거듭해 이젠 20곡을 모두 외우게 됐다. 이는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차원을 뛰어넘어 닫혀만 있던 자신들의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됐다.

H(6·여)는 남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했지만 서로 입을 맞춰 노래를 부르게 된 요즘 먼저 장난을 거는 개구쟁이가 됐다. 언제나 자기 맘대로 행동하던 K(9)는 연습하기 전 화장실에 다녀와야 합창 연습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배변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이들의 생활을 뒤에서 돌봐주고 있는 사회복지사 박꽃송이씨(25)는 “이들은 남에게 노래를 통해 기쁨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요즘 행복을 맛보고 있다”며 “우리 합창단의 공연을 초청해 주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031―914―6631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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