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레터]'옵티마'가 '소나타'를 추월했다는데…

  • 입력 2000년 10월 25일 18시 37분


최근 자동차 업계의 화제는 지난 19개월동안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던 현대차 EF소나타가 기아차 옵티마에 선두를 내줬다는 것입니다. 물론 영업용을 제외한 자가용 판매로 한정했을 때 이야기지만 그 상징성은 크지요. 9월중 옵티마는 4939대, EF소나타는 4619대 팔렸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현대차 사람들은 내심 억울해합니다. 그 내막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현대가 기아차를 인수한 뒤 현대차는 그동안 개발해왔던 차량들을 기아차 이름을 달고 파는 경우가 많았지요. 지난해 LPG연료 레저용차량(RV) 돌풍을 이끌었던 카스타가 그렇고 경차 비스토도 마찬가지입니다. 옵티마도 사실은 현대차가 EF소나타 후속으로 개발하고 있던 모델입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보통 신차를 개발한 뒤 3년이 지나면 디자인을 약간 바꾼(페이스 리프트·face lift) 새 모델을 내놓고 5년이 지나면 기본 뼈대(플랫폼)를 제외한 전체를 바꾼(마이너 모델 체인지·miner model change) 차를 출시합니다. 현대차는 EF소나타가 출시된지 3년이 되는 올해를 목표로 페이스 리프트를 위해 두가지 모델을 개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몽구 회장은 “형제사 이니까 기아차를 도와줘야한다”며 EF소나타 후속 모델 두가지 가운데 괜찮은 모델을 기아차에 넘기라고 지시를 했다는군요. 연구진은 내심 옵티마 모델을 뺏기기 싫었지만 ‘회장님’의 지시를 어떻게 어기겠습니까.

이에 따라 현대차는 하나 남은 모델을 좀더 좋게 만들고자 출시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늦춰놓은 상태입니다. ‘적어도 옵티마보다 낫게’가 현대차의 각오지요.

현대차 연구진은 말합니다. “한국 자동차시장에서 우리의 경쟁자는 대우차가 아니라 기아차라니까요”.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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