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아디다스컵 맹활약 성남 문삼진

  • 입력 2000년 10월 23일 18시 46분


경기 직후 인터뷰 요청을 받는 선수의 심정은 어떨까.

스타 선수에게는 무덤덤한 일상의 연속일지 모른다.그 러나 프로축구 성남 일화 오른쪽 윙백 문삼진(27)에게는 ‘감격’이었다.

“제게도 이런 날이 올 줄은 정말 몰랐어요.” 문삼진은 2경기 연속 도움을 기록한 17일 부천 SK와의 아디다스컵 8강전 후 “기자들 앞에 서기는 프로 데뷔 2년만에 처음”이라며 어쩔줄 몰라 했다.

문삼진은 이날 감격에 사기가 오른 듯 사흘후인 20일 안양 LG와의 아디다스컵 준결승전때는 후반 31분 2―3으로 뒤지던 팀에 동점골을 안겼고 36분에는 절묘한 센터링으로 역전 결승골을 합작해냈다.

이날 동점골은 프로 데뷔 후 첫 골이었다. 경기후 동갑내기 아내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와 문삼진의 눈시울을 붉혔다. 집에서 가슴 졸이며 TV 중계를 보던 중 남편이 골을 넣자 20개월 된 딸 수현이를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다는 것.

문삼진은 91년 동북고를 졸업할 때만 해도 고졸 최대어로 각 팀 스카우트 경쟁의 표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실업 축구 주택은행에 입단하면서 ‘잊혀진 선수’가 됐다.

지난해 팀이 해체되면서 생활인과 축구 선수의 기로에서 고민하던 그는 결국 그라운드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늦깎이 신인’으로 성남에 입단했다.

1군과 2군을 오르락내리락하던 그에게 뜻하지 않게 기회가 왔다. 17일 부천전때 홍도표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게 됐고 20일 안양전때는 김영철의 부상으로 홍도표가 중앙 수비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우연히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2일 수원과의 결승전때는 비록 팀이 한 골차로 졌지만 당당히 주전으로 나서 수차례 위협적인 센터링을 선보였다. 문삼진은 내달 시작되는 정규리그 플레이오프전을 ‘정조준’하고 있다. “묵은 장맛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뒤늦게 기회를 잡은 이상 최선을 다해 팀에 보탬이 되겠습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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