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한반도 통일땐 중-일관계 악화"

  • 입력 2000년 10월 16일 18시 42분


미국의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15일 ‘남북한이 통일되면 아시아는 분열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반도에 화해와 궁극적인 통일의 전망이 높아지면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요약.

6월 남북정상회담으로 시작되고 지난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으로 확인된 몇 달간의 놀라운 외교의 결과로 한국인들은 마침내 분단 종식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남북한이 화해하고 궁극적으로 통일을 이뤄내는 날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동북아에서 주한미군의 역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주한미군은 50년간 한국의 비무장지대를 관리하며 중국 일본 한국 러시아 등의 오랜 경쟁과 적의가 흘러 넘치는 것을 막는 코르크 마개의 역할을 해 왔다.

한반도 주변국들은 남북한간에 평화조약이 체결되기도 전에 벌써부터 팍스 아메리카 이후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은 안정을 갈구하지만 상대에 의해 자국의 영향력이 잠식되는 것을 용인하지 못한다. 양국은 과거에 한반도를 놓고 충돌했으며 현재 양국 지도자들이 갖고 있는 최악의 악몽도 한반도와 관련된 것이다.

일본은 한반도가 중국의 영향권에 들어가 중국이 부산항 같은 곳을 군사적으로 이용하며 위협을 제기할 것을 우려한다. 중국은 일본의 재무장과 군국주의의 재등장을 경계한다.

중―일 관계 악화는 동북아지역에 불가피하게 암울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이런 점이 미군 주둔의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서울대 정치학과 전인영 교수는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주한미군 주둔에 의한 평화로 한국과의 경제교류 등 혜택을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론 미군주둔에 반대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군의 역할을 새로 규정하는 것은 힘든 작업이 될 것이다.

일본 교토대 국제정치학과의 나가니시 테루마사 교수는 “솔직히 10∼15년 뒤에 어떤 그림이 그려져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동북아 질서의 대들보는 미군의 주둔으로 마거릿 대처 전영국총리의 말처럼 새 집을 다 짓기 전에 옛집을 허물어선 안된다”고 밝혔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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