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명화로 보는 인류의 역사'

  • 입력 2000년 10월 13일 19시 02분


1804년 12월, 나폴레옹 황제의 대관식이 열렸다. “사진사를 준비시켜!” 황제의 공보수석보좌관이 그렇게 외쳤을까? 아니, 카메라가 아직 발명되지 않았잖아!

대신 당대 최고의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가 동원됐다. 대관식 장면을 꼼꼼히 지켜보고, 하객들의 얼굴과 장신구도 일일이 확인한 끝에 1년이 넘어서야 그림을 완성했다. 역사에 길이 남을 나폴레옹의 대관식 장면을 이렇게 해서 우리도 볼 수 있게 됐다.

1937년, 프랑스에서 신문을 읽던 화가 피카소는 피가 머리끝으로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조국 스페인의 도시 게르니카가 폭격으로 잿더미가 됐다는 소식이 실린 것. 아틀리에로 향한 그는 폭 7미터가 넘는 화폭에 폭격의 비극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비명소리가 화폭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 같은 걸작 ‘게르니카’는 이렇게 그려졌다.

알타미라 동굴 벽화에서 백남준의 ‘로봇 가족’까지, 56점의 화보를 통해 ‘미술에 담긴 역사’를 추적한 책. 설명에 곁들인 조그마한 참고작품 사진까지 곁들이면 100여점이 된다.

신문 톱제목을 장식하는 대사건만 실린 것은 아니다. 쿠르베의 ‘돌깨는 사람들’은 가난한 유럽 평민들의 생활상을 알려주고, 모네의 ‘생 라자르 역’은 새로운 문명의 상징인 기차가 사람들의 눈에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알게 해준다. 어린이를 위해 알기쉬운 문장으로 해설이 쓰여졌지만, 체계적으로 미술작품을 대한 경험이 없는 어른에게도 충분한 도움을 준다.

■ 명화로 보는 인류의 역사 / 심상용 지음 / 200쪽 / 1만원 / 영교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